입주 할머니
딸네 집에 입주해서 손주들을 돌보고 계신 할머니시다.
72세의 연세에, 맞벌이하는 딸을 대신해서 주 5일을 딸 내 집에서 기거하며 살림과 손주들을 돌보신다.
복지관 다니기는 쉽지 않고 주말에나 겨우 친구들을 만나 스트레스를 풀고 계시다.
어르신이 젊은 나이였을 땐 맞벌이는 생각할 수 없었다. 당연히 여자들이 온전히 살림과 육아를 맡아하였다.
자녀들 혼인이나 시켜야 겨우 본인 만의 시간이 허락되는데~ 어르신은 그렇지 못하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거주하다 보니 딸 집에 출근하느니 아예 입주하고 계신 것이다.
딸이 주는 용돈이 생활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단다. 사실, 다른 일을 하기엔 나이가 많으시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딸네 집 일을 봐주며 생활비를 받는 것이 더 낫다 하신다.
안타깝긴 하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젊은 부부들이 대부분 맞벌이를 하고 있다 보니 친정 엄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상당히 행운이다.
자식들을 도와주며 생활비를 충당하는 노인들도 의외로 많다. 노인 일자리의 하나로 자리매김되는 듯 보인다.
딸이 맞벌이를 그만 두기 전까지는 계속 돌봐 줘야 하기에, 건강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어르신 말씀에 맞장구를 쳐 드리는 것으로 위로를 드렸다.
엄마란 그런 존재인가 보다.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기보다는 자식을 위한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