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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너무 딱한 할머니

농담하시는 줄 알았다. 말씀하는 내내 얼굴은 웃고 계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기가 막힌 인생이라 그랬나 보다.     


멍하니 벤치에 앉아 계시다. “어르신 말씀 좀 나누어도 될까요?” 기꺼이 옆을 허락하신다.

“친구분 기다리고 계신가요?”

“집에서 쫓겨났어”하신다. 무슨 말씀인가~?     


올해 76세가 되는 어르신, 10년 전 큰아들이 며느리와 사별하고 나서 손녀딸 3명을 할머니가 키웠단다.

그때, 남편은 농사를 짓는다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한다.     


10년이 지난 최근, 홀로 지방에 거주하던 남편이 이혼을 요구해 왔고, 때 맞춰 장성한 손녀딸들마저 “할머니 나가시라” 했단다.

기가 막혔지만,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와 고시원에 겨우 월세방을 얻었고 아는 분의 도움으로 기초 수급자 혜택을 받아 월세 일부를 보조받고 있다고 담담하게 얘기하신다. 노인 일자리를 하면서 생활은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다고.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걸까?

10년간 어르신의 생활이 어떠했는지는 모르나, 현재 처한 어르신의 현실에 기가 막혀 말문이 막혔다.

요즈음 중장년들은 맞벌이하는 자식들의 아이, 손주를 보느라 누려야 할 자신의 인생 후반을 반납한 분들이 많다. 현재 사회 구조 모습 중 한 부분이다.     


딱한 아들의 사정을 돌보느라 소비한 어르신의 10년 세월이 이래서는 안 된다. 안타깝지만 도와드릴 방법이 별로 없다.

지인의 도움으로 수급자 혜택을 받게 되었고, 노인 일자리라도 하고 계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말씀하는 내내 남편이나 자식에 대한 원망의 말씀은 없다. 오히려 얼굴은 웃고 계시다.

아마도 너무 기가 막혀서 그런가 보다.     


복지관의 수급자 혜택과 프로그램을 알려드렸다. 하루라도 빨리 방문하셔서 복지 혜택도 누리고, 맘의 치유도 받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라도 당신만을 위하는 여생이 되기를 기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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