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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재산 상속 문제로 고민하는  할머니

구산동에 가면 마을 중앙에 제법 큰 근린공원이 있다.

다른 동네보다 그 구산동 공원은 마을 노인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동네 어르신들이계시다.    

 

다른 곳에선 어른들이 많이 모여 계시면 말씀 나누기가 오히려 쉽지 않은데, 이곳 어르신들께선 서로 잘 아는 동네 분들이라 그런지 한분과 얘기를 나누면 여러 어르신들께서 함께 대답하신다. 서로를 너무 잘 아시는 것 같다.     

그분들 중 기억에 남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시다.

어르신께선 올해 82세가 되셨고, 6년 전 할아버지와 사별 후 가족회의를 거쳐 어르신 사후 집을 물려주는 조건으로 조금 살림이 어려운 둘째 아들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단다.

큰 아들이 형제들 규율을 잘 잡아서 별 잡음 없이 잘 지내고들 있다고 한다.      


당신 집에 아들이 들어와 사는 경우라 그런지 당당하시다. 왕년엔 복지관에서 노래교실, 춤, 한글 공부도 하고 한글로 시를 써서 TV에도 나왔었다고 자랑이 많으시다. 경제적으로도 별 문제가 없고, 며느리의 대접을 받으며 편안하게 지내고 계시다. 여느 어르신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잘 지내시는 것 같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둘째 며느리가, “이제, 지금 사는 집의 명의 변경을 해 달라”라고 한단다. 내가 아직도 정정한데~ 겉으론 자식들 자랑도 하고 명랑해 보이셨지만 내심 그 말씀이 서운하셨나 보다.     


아마 며느님 생각엔, 어르신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다른 자식들이 맘이 변해서 상속에 문제가 생길까 봐 그러는 것 같으니, 며느님이 안심할 수 있게 해 주시는 게 좋을 듯하다고 말씀드렸다.

“아~ 그렇네. 서류라도 미리 만들어서 준비해 줘야겠다.” 하신다.     


가까운 부모 자식 간이라도, 입 밖으로 내기 쉽지 않은 말이 있다. 부모님의 재산에 대한 자식들의 이해타산도 그러한 것 중에 하나 인 듯하다.

모든 것이 가족의 화목을 해하지 않는 방법 속에서 고민되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만나 뵌 어르신들 중엔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은 많지 않다. 오히려 부모님의 생활비 문제로 힘들어하는 자식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노년에 집이라도 한채 있다면 나름 잘 준비된 노후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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