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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Nov 12. 2022

시니어 상담 일기

실직 아들이 걱정인 할아버지

오늘 상담일은 여기까지~ 생각하며 메트로 쇼핑 몰 앞 의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었다.

지팡이를 짚으신 할아버지가 내 옆에 기운 없는 얼굴로 앉는다.

어르신은 아직 댁에 들어가기를 주저하신다. 82세 연세보다는 젊어 보이나, 기운이 없어 보인다.      


무릎 수술 후 지팡이 없이는 다닐 수가 없고, 신장 투석도 하셨다. 집에는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된 아들이 돌아와 함께 살고 있다.

공무원으로 퇴직을 하면서 연금을 일시금으로 미리 받아, 받는 연금이 없어 거처를 전세로 옮기고 본인 집은 세를 놓아 월세 소득으로 생활을 하고 계시다.

생활은 그럭저럭 되는데, 집에 있는 아들이 걱정이란다.      


아들은 혼자되어 집으로 돌아온 데다 조기 퇴직을 해서 하는 일 없이 두문불출하고 있기에, 보기만 해도 답답해서 힘이 든다 하신다.

지금 귀가를 망설이는 이유도 아들을 보면 화가 날까 봐~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 중이다.

아내는 아들을 챙기느라 외출도 하지 않는다고~     


기운 없는 모습이지만 온화하고 인자 로워 보이는 어르신의 맘이 어떨지 느껴졌다.

아들을 진정 아끼고 계시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이 많으시다. 당신 몸 하나도 힘이 들 텐데~ 마음까지 아파 보였다.     


“어르신~ 아드님도 많이 힘이 들 거예요. 혼자된 데다 퇴직까지 했으니 부모님 뵙기도 미안할 겁니다.”

“집에 계시면, 아드님 보고 답답한 맘에 자꾸 짜증이 나실 테고 그러다 보면 화를 내시게 될 테니~”

“아내분과 함께 복지관에 나가시고, 아드님에겐 혼자 있을 시간을 주는 건 어떠세요.” “녹번동에 가면 50+ 센터가 있으니 아드님께 소개도 해주세요. 절대 화는 내지 마시고 진심으로 대해 주세요.”     


어르신의 한숨 섞인 말씀을 듣고, 복지관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방문을 권해드렸다. 중장년 퇴직자들에게 미래 준비를 도와주는 기관인 50+를 아드님께 얘기해 주시라고도 말씀드렸다. 

말씀을 들어드린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복지관 안내가 반가웠는지는 몰라도, 어르신께선 내가 열심히 그려드린 약도가 그려진 명함을 주머니에 넣으며 고맙다 하신다.     


80세가 넘은 연세에도 오십이 넘은 아들의 어려운 삶은, 당신의 건강보다도 더 크게 맘을 힘들어하는 요소였다.

어르신 가정에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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