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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상가 뒤엔 좋은 임차인이 있다

이번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에서 주택에 이어 임대사업자도 이자 상환비율(RTI) 기준으로 비주택의 1.5배로 규정하면서 상가, 중소형 빌딩,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에서는 가득이나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RTI 규제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출규제에 금리인상이라는 악재로 저금리로 묻지마식 투자가 이뤄졌던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하고 입지별, 지역별, 상품별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임대료도 상승하고 시중에 투자처를 잃은 부동자금이 1,000조에 이르는 등 알짜 수익형 상품에는 여전히 꾸쭌한 관심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부동산 규제시대에 특히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상가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상가업계에서는 이제 상가가치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는 입지보다는 임차인에게 달렸다는게 지론이다. 

     

'1주(住), 2땅(土), 3상(商)'이란 말이 있는데 부동산 투자에서 주택이 가장 쉽고, 그 다음이 토지(땅), 그리고 상가투자가 가장 어렵다는 격언이다. 


지금처럼 초강력 주택 규제와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꼬박꼬박 임대료 나오는 상가투자에 쉽게 눈길이 가지만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는 상가투자의 특성상 잘못된 선택시 큰 코 다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모른다는 속담처럼 상가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취향이나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순식간에 상권이 불붙기도 하고 또 식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빙수 전문점을 들 수 있다. 몇해전 무더운 여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주요 상권의 입지가 좋은 건물에 빙수 전문점이 우후죽순 들어섰지만 겨울이 되자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했다. 임대료가 밀리다가 결국 임차인이 철수해 버리면 상가에 투자자나 건물주 처지에서도 공실 관리로 골머리를 썩게 마련이다. 


반면 장진우식당은 이태원 경리단길 뒷골목 허름한 식당이었지만 사람이 몰리자 인근 주택 가격까지 두 배 이상 덩달아 뛰었다. 건물 입지보다는 공간 활용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투자처를 잃은 뭉치돈들이 상가, 중소형 빌딩(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이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대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저성장 시대에는 상가 투자 시세차익보다 임대수익에 집중해야 한다.      


상업용 부동산 재테크의 성패가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건물 공간을 어떻게 메울지에 달린 셈이다.   


상가투자에선 과거에는 입지(목)가 좋은 곳이 우선 순위였다면 이젠 질 좋은 우량 임차인을 찾는 게 더 중요하며 일단 좀 길게 내다보고 공간에 가치를 불어넣을 수 있는 임차인을 찾아야 한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이야기다.     

좋은 임차인이 건물의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 유명하고 인기있는 브랜드 매장을 유치하면 건물의 가치가 올라가고 새로운 상권까지 주도할 수 있다. 물론 악성 임차인을 만나면 수익은 악화되고 자산 가치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분양을 받은 상가 점포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건물 후면에 있거나 이면도로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져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입소문 마케팅을 잘하고 실력 있는 임차인만 찾으면 입지 열세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장사를 한다면 어떤 업종으로 해야 매상이 오를지 자문(自問)해 보면 상가 투자를 어디에다 하고 또 어떤 업종의 임차인을 들여야 할지 답이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상권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트렌드가 기존 5~10년 주기에서 1~2년 정도로 줄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앞으로 뜰 업종이 궁금하면 백화점에 가보면 쉽게 팁을 얻을 수 있다. 백화점 손님들이 어떤 매장에 줄을 서는지만 봐도 요즘 뭐가 뜨는지 금방 알 수 있다. 단순히 커피보다는 버블티, 분식보다는 프리미엄 김밥·호떡·어묵 등 추억의 간식이 요즈음 유망 업종으로 보면 된다.  


공간은 그렇다치고 입지까지 좋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비싼 돈을 주고 유망 상권 한가운데에 들어가기보다는 상권 확장 속도를 감안해 '앞으로 1~2년 후면 상권이 여기까지 넓어지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중심 상권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투자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임차인에 대한 인식도 바꿔야 한다. 단순히 월세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상권을 활성화하는 파트너라는 인식으로 말이다.   

    

또한 월세만 많이 주면 좋은 임차인이라는 편견도 버려야 하며 건물의 미래가치 높일 '좋은 임차인' 찾아야 한다.      


높은 임대료를 지불한다고 해서 반드시 우량 임차인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임차인이 높은 임대료를 지불할수록 임대료 연체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내수침체기에 확연하게 나타난다. 법인 직영형태가 아니라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 자칫 권리금 문제로 인해 명도 또는 임대료 인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수도 있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업종선택을 잘해야 한다. 상가의 가치는 임대인이 아니라 임차인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업종의 임차인을 선택하느냐가 상가의 가치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된다. 한때 잠깐 유행하는 업종보다는 상가이미지를 꾸준하게 높여주는 업종이 좋다. 은행 등 금융기관, 편의점, 약국, 병·의원, 베이커리 등이 여기에 속한다. 


최근들어 임차인들이 어떤 계층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지가 주요한 건물가치 산정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이다. 상식적으로도 안정적인 수익률이 보장될 수 있는 우량 임차인들로 구성된 건물은 추후 매각시 그렇지 않은 건물에 비해 평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들어 보기로 하자. 전통적으로 명동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상권으로 꼽혀왔다. 최근 3~4년 새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저가 화장품 점포들이 집중적으로 입점하면서 ‘화장품거리’로 이미지를 변신하였다. 명동 상권에만 200여개의 화장품 점포가 늘어서 있는데 중국인 관광객들이 싹쓸이 쇼핑에 나서 화장품 매출이 급증했고, 높은 임대료에도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너도나도 명동에 입점하며 거리를 점령했다. 


명동은 최근까지 공실이 발생하지 않는 그야말로 공실 제로지역으로 꼽혔다. 물론 사드로 인해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랬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대폭 줄면서 매출이 감소하고 높은 임대료에 부담을 느낀 화장품 점포들이 빠져나가고 있다. 상권 내 업종이 다양화하지 않고 화장품 위주의 업종으로 채워지면서 내국인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판단된다. 


다행이도 최근 건물주들도 몇가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무리 입지가 좋은 건물이라고 할지라도 입지가 무조건 좋은 임차인을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임차인을 찾는 데 컨설팅업체나 중개업소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발벗고 나서고 있으며 예전처럼 단순히 높은 임대료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상권에 대해 공부하고 직접 분석하는 건물주도 크게 늘고 있다. 자신이 보유한 건물이 어떤 상권에 있는지를 분석하고, 상권과 자신의 건물에 가장 적절한 임차인을 찾겠다는 취지로 보여진다.      


단순히 유동인구가 많아야 좋으며 적다고 걱정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최유효 활용이 가능한 임차인을 찾는 것이 상가나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유동인구 중 임차인이 겨냥하는 ‘타깃 유동인구’가 얼마인지, 해당 유동인구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는 것이 입지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전통시장이 유동인구가 많고, 청담동 명품거리에 유동인구가 적다고만 판단할 수 없는 이유와 같다. 시장은 저렴한 물건을 박리다매로 팔고, 명품거리에선 하루에 명품 한두 개만 팔아도 되는 것이다.


결국 상권과 유동인구의 특성을 파악하고 적절한 업종을 선별해 임대해야 하며 이 과정을 얼마나 충실히 하느냐에 따라 미래 가치가 달라지게 된다. 


 우량 임차인을 고르는 4가지 요령

①업종 성격에 따른 시설투자 수준을 살필 것 시설 투자가 많이 되는 업종의 경우 그렇지 못한 임차인이 보다 꼼꼼하게 판단해 점포를 운영하는 하게 된다. 초기 비용을 많이 들인 만큼 임차인이 가게를 금방 비우는 일도 적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시설 투자 수준이 높은 업종에 임대한 곳에 투자하는 편이 유리하다. 


②임차인 지불 능력을 따질 것 인지도 높은 브랜드 업종이나 은행, 병·의원 등으로 계약이 이뤄진 상가가 좋다. 지불 주체가 임대료를 체불할 가능성이 낮으며 장기적인 임대가 가능하기 때문. 또 임대기간이 장기적이라 계약조건에 따라 일정기간 후 일정률의 임대료 인상도 가능하다. 기업의 자산관리 체계상 개인 임차인처럼 승계자에게 과도한 권리금을 요구하는 일도 적다. 예를 들어 24시간 무인 금융점포는 해당 기업이 임대차 종료를 원하더라도 점포 보증금을 돌려받는 선으로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권리금이 낮거나 없는 점포는 새로운 임차인을 들이는 데 좋은 조건이 된다. 


③적정 임대료 수준과 지불 시기를 조정할 것 해당 상가에 입점한 첫 임차인이 가게 운영에 최종적으로 실패하면 향후에 낭패를 볼 수 있다. 주변으로부터 상가 입지가 나쁘다는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인데 이 경우 나중에도 적정 임대료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첫 임차인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 투자자의 점포에도 무형의 가치가 생겨난다. 따라서 임대인도 임차인과 동반자적 인식을 갖고 초기 임대료와 중기 임대료를 적절한 선에서 책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상권 형성 때까지는 임대료 부담을 줄여주면서, 영업 활성화 이후 정상화하는 등의 지혜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④임차인의 장사 경험을 검증할 것 수익을 분석할 때 보증금과 월세 같은 경제적 수치에만 집착해선 안 된다. 장사는 입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운영자의 운영 능력에 따라 입지가 나쁜 점포라도 영업기반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입지 좋은 자리가 주인 탓에 빛을 못 보기도 한다. 임차인의 경영 수완을 고려, 중장기적 임대차 안정성을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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