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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미 Nov 05. 2020

제주에서도 그림책 읽자

애월 도서관 산책

애월에서 머물고 있다. 제주에 있는 동안 여러 곳을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다는 내가 머무는 곳 주변을 구석구석 살펴보고 싶다. 언제부턴가 새로운 장소에 가면 그 지역의 도서관이 궁금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제천은 기적의 도서관, 시립도서관 등 도서관이 무척 잘 정비되어 있는 곳 중의 하나인데 다른 곳은 도서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책들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애월 도서관은 숙소에서 차로 10분 내의 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에 가 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아마 3박 4일 정도의 여행을 온 거라면 관광지를 다니기에 바빴을 거고 도서관은 검색해 볼 생각도 하지 못했을 거다. 한달살이를 하니 동네 도서관도 구경할 수 있고 참 좋다.


읍사무소를 지나니 애월도서관 간판이 보였다. 군더더기 없이 반듯한 글씨로 이름이 적힌 간판이 정감 있어 보였다. 읍에 위치한 도서관인 만큼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아담한 모습이 오히려 분위기 있어 보이는 느낌이었다. 직원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정보는, '책이음 카드'라는 것을 만들면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15일 동안 5권의 책을 무료로 빌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서관 구경만 할 참이었는데, 아이 그림책까지 빌려갈 수 있다니! 짐이 너무 많아 딱 세 권밖에 챙겨 오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 곳에서 책을 빌릴 수 있어서 반가웠다. 신나는 마음에 유아용 서가에서 그림책을 골랐다. 아마도 한 달 동안 이 곳에 자주 들락날락하게 될 것 같다.


책을 한가득 안고 숙소에 돌아와 아이와 함께 책을 읽었다. 아이가 좋아할 것 같은 책을 다섯 권 골랐는데 다행히 취향저격이었는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책을 펼쳐 들었다. 아이는 요즘 존 버닝 햄 작가의 책을 좋아하는데 내가 빌려 온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를 유독 재밌게 보았다. 나도 검피 아저씨의 시리즈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를 좋아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방지축 아이들과 동물들을 언제나 넉넉하게 품어주는 검피 아저씨가 나도 마음에 든다. 얼마 전에 만난 문승연 작가는 이 검피 아저씨야말로 그림책 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이라고 했는데, 나도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다음번에는 아이도 데리고 도서관에 한번 가 봐야겠다. 바다 옆의 도서관, 책 읽는 아이와 나. 도서관 덕분에 한달살이가 좀 더 즐거워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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