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중입니다
'괜찮아' '다행이야' 연습하기
렌트를 할까 탁송을 할까, 아님 택시를 타고 다닐 것인가. 갑작스러운 제주 여행을 결정한 후에 나를 가장 고민에 빠뜨렸던 것은 이동 수단 문제였다. 항공권은 유명 어플의 도움을 받아 단번에 예약했고, 숙소도 몇몇 홈피를 대충 둘러본 뒤에 바로 정했는데 제주 가서 뭘 타고 다니나 하는 것만큼은 오랫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나 혼자 가는 게 아니고 엄마와 아이와의 동반 여행이었으므로 여러 사항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정보를 나름대로 찾아보고 비용, 편리성 등을 따져본 나는 렌트를 하기로 했다. 운전경력 십 년인데 뭐가 걱정인가. 알아볼 때는 머리가 아팠는데 막상 정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제주에 와서 렌터카 업체에 가서 차를 받던 날,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쳤다. 비용 생각해서 저렴한 가격에 경차를 빌렸는데 후방 카메라가 없는 것이다. 세상에. 후방 카메라가 없다니. 당연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나의 실수였다. 후방 카메라 없이 운전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눈앞이 깜깜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덜덜덜 소리를 내며 움직이는 차를 운전하는 내 손도 바들바들 떨렸다. 숙소에 와서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손해 볼 것을 감수하고 차를 반납하고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게 낫지 않을까? 이제 와 다른 차로 바꾸기에는 물건도 많지 않고 지불해야 할 돈이 너무 컸다. 행복해야 할 여행이 뜻하지 않은 고민으로 얼룩지고 있었다.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몇 시간 고민한 나는 에라 모르겠다, 그냥 부딪쳐 보기로 했다. 후방 카메라는 주차할 때 필요한 것이니 주차를 조심해서 하고, 어려울 때는 엄마가 잠깐 내려서 뒤를 봐주시면 될 터였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너무 붐비는 곳은 피하고 있으니 주차장에서 많은 차 때문에 고생할 일은 많지 않을지도 몰랐다. 신기하게도 처음 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는 '어떡해. 난 못해!'이런 생각뿐이었는데,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해보니 하나씩 해결책이 보였다.
차 때문에 며칠을 속앓이를 했던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안 다치고 지내면 돼. 그게 전부야. 다른 건 걱정하지 마." 그랬다. 예기치 못한 일이 툭툭 튀어나오는 게 우리의 일상이지만, 그걸 또 극복해가는 게 우리의 삶이다. '그러게 왜 렌트를 했어, 탁송을 해서 내 차를 타고 다니면 편할 것을' 이렇게 한탄만 했다면 여행 내내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큰 장점은 지난 일에 후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지나간 것을 되돌아보고 되짚어보지만, 그것은 오로지 앞으로의 더 나은 결정을 위해서일 뿐이다. 나중에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또 한다면 그때는 꼭 탁송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이번에 제대로 경험했으니 다음엔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겠지.
아무튼 이번 여행은 조금 불안하긴 하겠지만, 후방 카메라가 없는 덕분에 나는 초보 때처럼 조심조심 운전하게 될 것이고 천천히 가며 느린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편 말대로, 다치지만 않으면 된다. 다른 건 모두 괜찮다. 퍼즐 맞추듯이 모든 것이 완벽한 조건 속에서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여행이란 세상 어디에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