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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유미 Nov 14. 2020

나중은 없어, 바로 지금이야

단번에 제주로 떠나온 이유

언젠가부터 마음 속에 어떤 목표가 생기면 곧장 실행에 옮기곤 했다. 차일피일 미루다 희미해져 버린, 결국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서일 수도 있고 내가 자주 읽는 책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도 모르겠다. <타이탄의 도구들>이나 <12가지 인생의 법칙> 같은 책들을 읽으며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 책에서 나는 '인생은 유한하다. 그러니 나중 타령하지 말고 지금 바로 무언가를 하자.'는 메세지를 얻었으니까.


늘 비장하게 목표를 선언하고 실행에 옮기는 딸을 보며 엄마는 무한한 응원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앞섰을 것이다. '그건 나중에 해도 되지 않니?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목표를 이룰 수 없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들어가며 나중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나는 단호했다. '나중은 없어. 지금이야.' 그것은 곧 흔들릴지도 모르는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정확한 시점과 명확한 계획을 세워두지 않으면 지금은 절박해보이는 것 같은 계획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다 결국 없어져 버리고 마는 것이라는 것을 그동안 너무 많이 경험했다. '언젠가'라고 이야기했던 미래가 현재가 되었을 때는 또 다른 이유와 상황들로 흐지부지되고 말 것이다. 뚝심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던 일들은 언제나 내게 큰 자산이 되었다. 그것이 비록 처음의 기대에 못 미치거나 실패로 끝났다고 할지라도.


제주 한달살기도 그런 의미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아이와 이 곳에 와서 한달살기를 해 볼 수 있을까. 물론 나중에 복직을 하고 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올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때 가 봐야 아는 일이다. 그리고 친정엄마와 나, 아이 이렇게 3대가 여행을 할 수 있는 때가 자주 오는 것은 아닐 테니 나에겐 더없이 소중한 여행이다. 나는 세살바기 아이를 따라다니느라 종종거리고, 엄마는 36살이나 먹었지만 아직도 철부지같은 나를 돌보며 그렇게 셋이서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아이는 하루종일 연신 엄마를 부른다. 응가 했을 때도 기저귀를 가리키며 '엄마!', 간식이 먹고 싶을 때도 '엄마!', 자기 마음대로 안 되어 화가 날 때도 '엄마!'다. 나도 자주 우리 엄마를 부른다. 앞으로 얼마나 더 엄마를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끔은 마음이 시큰해진다. 부를 수 있을 때 많이 불러야겠다. 제주에서 지내는 한 달. 벌써 3분의 1이 지나갔다.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우리 아이에게도 부디 행복한 시간이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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