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모여! 수건 갤 시간이야

by 장유미

친구의 추천으로 <아, 육아란 원래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부터 육아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 것 같다. 마음에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특히 '부모는 아이의 이벤트 매니저가 아니다'라는 문장이 나에게 오래도록 남았다.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주말을 만들기 위해 무리한 일정을 잡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하루종일 돌아다녔던 나의 모습들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갔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은 '그러지 않아도 돼. 너무 힘들게 육아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라고 다독거려주는 것만 같았다. 따뜻했다.


이 책에서는 부모가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그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육아를 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집안일 같은 경우에도 부모가 전담하지 말고 아이들도 함께 참여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도 이 가정의 한 구성원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가족에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집안일은 언제나 엄마의 몫이었다. 빨래, 요리, 설거지, 심지어 내 방 청소도 내가 제대로 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늘 분주하고 고단한 엄마를 보면서도 내가 도울 생각을 왜 한번도 하지 못했을까. 엄마도 내게 시키신 적이 없고 엄마가 항상 알아서 하시니까 그건 엄마의 일이지 내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나도 엄마가 되어 육아하면서 집안일은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안하면 티가 나고, 해도 티가 안 나는 게 집안일이라는데 아이 셋 키우는 집의 집안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었다. 집안일을 하다 보면 새벽 1시가 다 되어갔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우리 아이들도 집안일에 참여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수건 개는 것부터 했다. 개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하나씩 해 보게 했다. 너희들도 우리 집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집안일은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처음에는 '왜 갑자기 수건을 개야 되지?' 의아해 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제법 잘 한다. 칭찬까지 한마디 해 주고 나면 아이들은 어깨가 으쓱해진다. 요즘 첫째는 저녁식사 때 수저 놓기, 둘째는 틈틈이 신발장 정리하기를 도맡아 하고 있다. 그리고 잠자기 전 거실 정리는 가족들이 모여 다 함께 한다.


아이들이 집안일하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어도 나름대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일을 분담하니 조금이라도 내 손이 덜 가는 부분이 있어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물론 어른이 하는 것보다 어설프기는 하지만 아이들은 분명 가족들을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낄 거다. <미움받을 용기>에도 나오지 않던가. 사람은 누구나 공동체에 공헌할 때 삶의 의미를 느낀다고.


곧 두 돌이 되는 셋째에게는 어떤 집안일을 맡겨볼까. 고사리손으로 꼬물꼬물, 생각만 해도 귀여워서 웃음이 난다. 도와주기는커녕 집안을 더 어지를 테지만 그래도 뭔가 해보려는 몸짓에 또 활짝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워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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