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의 결혼식이 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왔다. 뷔페에서 음식을 먹고 있는데 일하는 아주머니께서 삼 형제를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시더니 대뜸 나에게 "얘네 연년생이에요?" 이렇게 물었다. 세상에 이렇게 황당할 때가 있나. 큰 아이와 막내의 나이차는 무려 6살이다. 첫째가 왜소하고 마른편이긴 하지만 두 돌도 안 된 아기와 비교하며 연년생이냐니.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내가 조금 언짢은 얼굴로 "아니요. 8살, 5살, 2살이에요!" 라고 대답했더니 우리 첫째를 가리키면서 "얘가요? 8살?" 이러는 것이다. 할 말을 잃었다.
육아하면서 비슷한 경우를 많이 겪었다. 첫째와 둘째가 쌍둥이냐고 묻는 질문도 자주 받아봤고, 22개월인 막내를 보면서 "돌은 지났나요?" 이러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남편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라고 얘기하지만, 엄마인 나로서는 그게 잘 안 된다. 하도 많이 듣다보니 이제는 처음처럼 발끈하지는 않지만(이제 어느 정도 체념하게 된 것 같다) 그래도 그때마다 열이 뻗친다. 남편 말대로 그 사람들은 그냥 별뜻 없이 궁금해서 물어본 것일 테지만 나에게는 매번 화살이 되어 꽂힌다. 비약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말들이 내게는 아이들을 토실토실하고 건강하게 키우지 못한 엄마를 향한 비난처럼 들린다. 나는 진수성찬으로 차려주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아이들 반찬 걱정을 하고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먹이기 위해 좋은 레시피를 검색하고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엄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초라한 성적표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라 왠지 쓸쓸하고 마음이 아리다.
아주 안 먹는 편은 아닌데도 유난히 우리 아이들은 체중 증가가 더디다. 첫째도 그랬는데 둘째도 마찬가지다. 밥도 아주 게걸스럽게 먹는 정도는 아니어도 식판에 차려주는 만큼은 잘 먹는 편인데 살이 잘 오르지 않으니 엄마로서 속상하기는 하다. "우리 애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가 됐는데 몸무게가 이것밖에 안 돼요."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특히 속상할 때가 많았다. 우리 애는 그것보다 훨씬 적게 나가는데, 몸무게 가지고 이런저런 걱정을 늘어놓으면 나는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면서 "채훈이는 몇 키로 나가요?"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가끔씩 꼭 있는데 꿀밤을 줘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누구나 엄마로서 욕심이 있을 거다. 우리 아이가 키도 헌칠하게 컸으면 좋겠고, 살집도 보기좋게 올라서 건강해 보이면 좋겠고 말이다. 나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노력해서 되는 게 있고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있는 법이다. 나는 그저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건강한 밥상을 준비해 주는 것, 그것까지가 내 역할이라고 여기려고 한다. 그러니 마음이 편하다. 키가 좀 작으면 어떻고, 좀 마르면 어떤가. 건강하게 크면 되지. 얼마 전에 채훈이에게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알려주었다. 몸이 작으면 그 사람을 우습게 보거나 그 사람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종종 있는데, 실제로는 강하다는 뜻이라고 했다. 바로 우리 채훈이처럼. 아이가 키가 작은 것이 컴플렉스가 아니라 단지 자신의 특성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자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아이의 나이가 궁금하면 그냥 "몇 살이에요?" 이렇게 물어봐달라고.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