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너, 나는 나

by 장유미

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잘 견디지 못하는 편이다. 셋을 키우면서 우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는데도 감각이 무뎌지지가 않는다.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나도 미친 사람처럼 목놓아 울어버리고 싶을 때가 많다(실제로 그런 적도 가끔 있다).


이틀 전, 아침에 일어난 둘째가 식탁 위에 놓인 딱지 꾸러미를 보더니 갑자기 짜증을 내며 울어버렸다. 이유를 설명도 안하고 그냥 울기만 하니 나로선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 순간 나의 분노 버튼이 눌려지면서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또 시작이야! 그놈의 우는 소리 지겨워죽겠어!"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나면, 나는 내 몸 속에 독이 퍼지는 느낌이 든다. 화가 아이를 향했지만 결국 그 상처는 고스란히 나에게로 온다. '왜 쓸데없이 아이에게 화를 냈을까? 그래야만 했을까? 차라리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을 걸 괜히 집안 분위기만 냉랭해졌구나.' 죄책감이 한없이 밀려온다.


아침 식사를 하며 조금 차분해진 상태에서 아이에게 물어보니, 딱지가 자기한테는 소중한 거라 자기 장난감바구니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마음대로 식탁에 올려놓아서 속상해서 그랬단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 하찮은 이유라서 "그건 울 이유가 아니야. 그런 걸로 울면 안돼. 네가 다시 바구니에 갖다 놓으면 되잖아."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기는커녕 엄마가 하고싶은 말만 뱉어버린 꼴이 되었다.


아이는 아이의 고유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왜 자꾸 내 기준에서 평가하고 판단하게 될까. 아이가 울었을 때 "뭐 때문에 속상했어? 울고 나서 괜찮아지면 엄마한테 알려줘."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주어 아이도 다치지 않고 나도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될 것이다.


오늘 윷놀이를 하다 첫째가 자기 팀이 질 것 같으니 토라진 표정으로 "나 그만할래." 그러더니 방을 나가버렸다. 질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도 끝까지 게임에 참여해야 한다고, 그게 상대에 대한 배려라고 수없이 이야기했는데 이런 상황이 자주 생긴다. 오늘 또 그러니까 나도 화를 참지 못하고 "너 또 시작이니? 너 이렇게 하면 다시는 너랑 게임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말했다. 비난의 화살을 쏘아버리면 후회가 밀려오지만 다른 방법을 모르겠다. 지는 게 속상한 아이에게 상대에 대한 배려만을 강조하고, 아이의 속상한 마음은 읽어주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그 상황에 대한 나의 감정에 휘몰아치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 담담하게 "질 것 같아서 속상했니? 그랬구나." 이렇게 한 마디만 해 주었어도 어쩌면 아이의 속상한 감정은 쉽게 녹았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비난하는 말이 아니라 연결되는 말을 써 보자. 마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아이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보자.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이기에.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진 서로 다른 사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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