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적 향수를 소환하는 전시 <원초적 비디오 본색>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5관에서 ACC 세네마테크 기획전시로 열리고 있다.
일일 1편씩 77년이 걸린다는 문장의 의미는 전시된 비디오테이프(VHS) 실물이 무려 2만 8천여 점이 되기 때문일까?
장르별, 연령별, 감독별 비디오테이프가 빼곡하다. 실제 비디오테이프 감상이 가능하며 비디오테이프 외에도 비디오 시대의 명작인 <러브레터>, <라 붐>, <영웅본색>, <비 오는 날 수채화> 등 4편은 실감 콘텐츠로 새롭게 재 편집되어 상영 중이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대표적인 영상매체로 사용되던 비디오테이프는 디지털 시대로 급변하면서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 들고 어느새 우리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국영화를 논할 때 비디오테이프 관련 영화사적 의미를 간과할 수 없다. 당시에 극장에서만 볼 수 있던 영화를 집 근처 비디오 가게에서 테이프를 빌려 손쉽게 집안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OTT 문화 시대인 지금은 믿기지 않는 그때 그 시절 이야기)은 매력적인 일 그 자체였다. 영화를 영화관이라는 바깥 공간이 아닌 사적 공간인 집안에서 언제든지 감상 할 수 있다는 건,그동안의 공간체계를 뒤집는 신개념의 문화적 기억 공간인 것이다. 가족들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공간에서 필요에 따라 까르르 웃으며, 때론 숨죽여 흐느끼며 영화를 보는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의 겹침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지난 30여 년 동안 비디오테이프를 모아 온 개인 소장가인 조대영(독립영화관 프로그래머) 씨의 비디오테이프 수집에 대한 집념이 있어 가능했다. 1991년 방위병 시절 영화동아리 <굿펠라스>를 조직해 활동한 것이 영화와 깊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다.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개관 멤버로 일하기도 했던 조대영 씨는 광주 독립영화관의 프로그래머, 책 <영화 롭다>(드림미디어)를 낸 영화인이기도 하다.
“비디오의 물성이 없어지면 어떻게 기억할 수 있겠어요. 당시 비디오 가게가 사라지게 되면서 비디오테이프들이 중국에 플라스틱 재료로 실려갔어요. 그래서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천막을 치고, 때로는 부모님 집 창고에 분산해 뒀다가 11년 전 지금의 보관장소로 옮겨왔는데(...) 임대창고 건물이어서 한 달에 30여만 원의 세를 지금까지 내고 있어요” 그가 스스로 말하듯이 ‘일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비디오테이프는 그가 가진 물량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동안 5만장 정도 수집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광주 동구 산수동 창고에는 철학, 역사, 인문, 1926년에 출간된 국내 유일본 <홍길동전> 책 등 2만 5천여 권이 보관 중이다.
광주 산수동, 지하창고
전시 이후에 다시 지하창고 속에 묻혀 있지 않고 지역의 문화자원으로 재창출되기를 바란다. 이에 대해 지난 10월에 <지역 문화자원을 열린 라키비움(Larchiveum)으로 추진하자...>는 취지로 이여진 조선대 링크사업단 교수가 발표한 바 있다.
(오른쪽) 라키비움 포럼 (왼쪽)국내유일본, 초판 본책 등이 많다
전시 제목 <원초적 비디오 본색>은 비디오 대여점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영화 <원초적 본능>과 <영웅 본색>을 합쳐 만든 것이라고 한다. 전시는 내년 2월 19일까지다.
다음은 조대영 감독이 전시관련해 직접 쓴글입니다. 비디오테이프 전성기 시절, 한국 영화사에 얽힌 이야기가 생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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