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사이드 테이블, 의자를 조립했었고(1년 전만 해도 비용을 지불하고 조립 서비스를 받았다), 이번 책장 SELF 조립하는 게 세 번째다. 무언가 새로운 건 두렵기도 하지만 설렘이기도 하다. 심호흡을 하고 또 “음, 잘할 수 있어” 주문을 외우고 나서
1. 조립 설명서 찬찬히 들여다 보기
2. 1~11까지 그림 순서를 익히고 부품 모양대로 차근차근 따라 하기
3. 홈의 위치를 맞춰가며 뒤판 끼우기
4. 그런데 못을 다 박은 후에 뒤판 앞 뒤가 바뀐 걸 알고 다시 못을 빼서 판 바꿔 고정
5. 조립한 부품에 조금씩 틈이 난 부분, 망치로 톡 톡 때려 주어 마무리
6. 완성된 책장을 벽 쪽으로 배치했다.
7. 위칸엔 파일 꽂이 아래칸에는 그동안 바닥에 놓여 있던 이것저것들을 모아 정리
책장 조립은 난이도가 있으니 두 시간쯤 걸리겠지 생각했는데 지난번의 경험 때문인지 제법 능숙함에 나도 놀람, 가끔은 내 안에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내가 있나 보다. 육각 렌치를 손에 쥐고 손 끝에 힘을 실은 채 나사못을 조이는 것도 스르륵 큰 힘 들이지 않고 하였다.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건 이런 건가. 1시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수적천석(水滴穿石)이란 말이 있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뜻으로 본래는 '작은 잘못이라도 계속되면 커다란 위험이 될 수 있음'을 비유했으나, 현재엔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일을 이룰 수 있음'을 비유
지금까지 나는 '생각'하고 차를 운전하고, 직장일 관련 외에 내가 필요로 하는 많은 것들을 스스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나만의 방식, 재료, 레시피로 요리를 하고, 내가 쓸 가구를 스스로 조립(좀 더 익숙해지면 나만의 조립방식도 발견하겠지)하면서 음식재료들, 사물들의 딋모습을 본다.
문화는 ‘손’의 일인데 ‘생각’과 ‘말’로만 이론과 개념으로만 문화를 말했다.(열심히 손으로 자판기를 두드리긴 한다) 사물을 만지고, 재구성해보면서 내 일상을 스스로 장악해나가는 느낌. 내 몸에 쌓이는 손의 감각들, 경험들을 인식하는 이런 시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