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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에겐 밝고 쾌청한 하늘이 있지

by 일상여행자

어제 Y와 갑작스럽게 만났다. 연구원인 Y가 그동안 건강이 안 좋았기에

“지금 볼 수 있냐?”는 말에” Y가 근무하는 GIST로 즉시 갔다.

갑작스럽게 갔기에 내 상황이 일 관련 카톡을 주고받고 무언가를 검토해야 되었다 보니 다시 함께 내가 있는 곳으로 와서 근처에서 식사하고 틈틈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일도 했다. Y의 여전히 맑은 눈과 선한 웃음, 그전보다는 좀 더 나아진 얼굴빛을 보면서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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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가 돌아가고, 하던 일도 어느 정도 정리된 후 늦은 밤, 식탁 위에 놓인 책을 간신히 펼쳤다. 미구엘 세라노가 헤르만 헤세와 카를 구스타프 융과의 만남을 기록한 『헤세와 융의 비밀클럽 ELl Circulo Hermetico de Hermann Hesse a C. G. Jung』(본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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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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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1월 22일 , 나는 몬타뇰라에 있는 헤르만 헤세의 집을 방문했다. 우리는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창가에는 눈송이가 날렸지만 저 멀리 보이는 하늘은 밝고 쾌청했다.(어제오늘의 내 주변 상황, 날씨와 비슷) 경치에 시선을 돌리다가 나는 식탁의 저쪽 끝에 앉아 있는 헤세의 맑고 푸른 눈과 마주쳤다.

“어떻게 제가 이런 행운을 가졌을까요?”내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멀리서 온 제가 어떻게 선생님과 한 식탁에 앉게 되었을까요?”

겨울 햇살에 감싸인 채 헤세는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연한 일은 없습니다. 이곳에 오신 손님들은 꼭 만나야 할 사람들뿐입니다. 비밀클럽 회원들이지요”(헤세는 그다음 해인 1962년에 세상을 떠났다)

세라노는 말했다.

이 위대한 영혼의 모험을 경험한 지 여러 해가 흘렀다, 신비스러운 존재들과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엄청난 축복이었다... 지난날에 대한 넘치는 그리움

책도 사람도 나름의 운명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책은 자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다가가서 딱 맞는 순간에 독자에게 나타난다. 그렇게 해서 생명 있는 원료로 만들어진 책은 저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오랫동안 빛을 발한다.

그래,

그렇다

새로운 어떤 것이 아님에도 이전에는 결코 느껴보지 못한 감흥이 내 삶 속에 들어옴을 느낀다.

나에게 파고드는 문장들의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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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느덧 창 밖은 어두워졌지만 내 영혼을 밝혀주는 불빛들 다가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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