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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여행자 Feb 06. 2023

잠들기 전에

이 달 들어 세 번째 시집을 샀다.

잠들기 전에 어제처럼 불 밝힌 채 시 한 편 읽어야지    

 

시인 고선주는 이렇게 썼다. 

    


사무실일은 폭우 때 하천처럼 넘쳐흐른다. 그런데 하천을 들여놓은 나는 범람하지 않았고, 붕괴하지 않았다. 파김치 돼 돌아오는 날 많아도 집에서 결코 전사할 수 없는 고행이 기다려 이를 악물고 양성평등을 실천하지 가사라는 증거를 세워야 했고 예전에는 육아까지 해야 해서 삶이 물에 젖은 이불 같았어, 마르지 않는 현재는 제법 가벼워진 일상을 조심스레 다루고 있는 중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모두들 내일과 미래만 보려 하고 외치는데 허기진 시간에 만족하지 못해서일 거다. 오늘 무슨 일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풋풋했던 스무 살과 첫사랑이 봉인 돼 있는 어제의 어제를 기억해 잔소리와 눈치, 투정이 비빔밥처럼 비벼져 있는 어제를 기억해 그것들만 시간의 전류를 타고 오늘로 넘어오면 감전되지 않고 불 밝힌 지금을 맞을 수 있을 거야. 「어제처럼」 전문, 시집 「그늘마저 나간 집으로 갔다」 2023. 1, 걷는 사람 중에서

     

(아하)시를 읽으며 생각했다.

보통의 오늘에 깃든 수많은 어제들을 떠올렸다.

아팠을 수도 있는 그 시간들 때문에 삶이 새로운 빛을 얻는 것일지도 

    




자, 그러니, 오늘도 수고했어 “잘 자아”  

   

고선주의 다른 시집에는 「꽃과 악수하는 법」 , 「밥알의 힘」 , 「오후가 가지런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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