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반려식물들

옆에두고 숨 쉴 공기, 아름다움, 다정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by 일상여행자


이사한 친구 Y 집에 갔다. 새로 이사한 집이지만 그녀의 반려식물들 덕분에 안온하고 편안했다.

보랏빛 루델리라. 석창포, 올리브나무... 식물마다의 고유 이름이 있지만 모습이든 특성이든 그녀의 어머니와 닮은 나무엔 어머니 이름을 또 아이의 이름을 식물의 애칭으로 부르며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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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리처드 메이비(Richard Mabey)는 그의 책 <춤추는 식물>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 중심, 나의 관점에서 벗어나 식물의 마음으로 헤아려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의 변화를 경험했다.


'우리는 식물이 어떻게 행동하고 삶의 문제에 대처하는지, 또 어떻게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우리와 소통하는지 별로 궁금해하지 않는다. 식물은 없어서는 안 될 유용하고 매력적인 존재이지만 이제는 “그저 제자리에서” 크게 하는 일 없이 수동적으로 사는 지구의 가구로 전락했다. 식물은 분명 동물만큼 ’ 존재‘로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 플랜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인테리어에 식물을 소품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플랜테리어는 식물이라는 뜻의 플랜트(Plant)와 인테리어(interior)의 합성어다. 플랜테리어가 식물을 실용이나 장식용으로 여겼다면 반려식물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가까이 두고 기르는 나만의 식물을 뜻한다.


아침마다 인사를 나누고 정성스럽게 물을 주고, 햇볕 가까이에 식물을 둔다. 며칠 동안 여행이라도 가야 해서 집을 비우게 되면 식물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식물들에게로 간다. 그동안에 무슨 일은 없었는지 들여다보고 안도한다


어느 날엔 나의 반려식물을 찾아 나선적이 있다.


“네가 좋아

네가 내 곁에 있어주면 좋겠어

네가 없으면 절대 안 되겠어”라는 식으로 강렬하게 내 마음을 사로잡은 식물이 없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식물의 입장에서 그 나름의 특성, 필요한 환경이 있기에 좀 더 조건이 마련되면 들여야지 생각했다. 식물은 살아있는 자율적인 존재이다. 나의 취향만으로 반려식물로 들일 수 없다. 식물마다 성장조건, 공간이 필요하다. 습한 곳을 좋아하는지 햇빛이나 온도는 적당 한지 등을 살펴야 한다.


식물 초심자인데도 식물원을 지나다가 모양이 예뻐서 율마를 사서 집에 두고 기른 적이 있다. 햇빛도 물도 듬뿍 주면 좋다고 했다. 여름에는 매일, 비가 많이 오는 장마기간이나 봄가을에는 2~3일에 한 번씩 물을 주라 했는데 나중에 사계적 푸른 연초록 잎을 기대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점점 갈색으로 변했다. 무엇 때문일까 생각했다. 집안에 통풍이 잘 안되는 것이 문제였다.


다음에 율마 키우기를 시도한다면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둬야겠다. 물 주기 횟수를 세기보다는 흙과 잎의 상태를 좀 더 세심하게 살펴야겠다. 잎이 까슬한 느낌이 나는지, 힘이 없는지를 알아채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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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칼립투스의 작고 다정해 보이는 잎의 모습에 마음이 이끌렸다. 나중에 나의 반려식물로 함께 하고 싶다. 그런데 유칼립투스도 통풍과 물 주기에 예민한 식물이다. 겨울철에도 환기가 잘되는 곳에서 키우는 것이 좋고 한여름의 직사광선, 물 주는 시기를 놓치면 잎들이 한순간에 마르고 검게 변할 수 있다. 뿌리가 예민하니 분갈이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상호적인 관계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 이해가 필요하다


식물들은 내가 생각하는 쓰임새 외에도 아주 매력적인 존재감을 뿜어낸다. 텃밭에 배추를 심어둔 채 의도치 않게 방치해둔 적이 있다. 자연발생적으로 쑥쑥 자라난 배추 포기에서 길쭉하고 곧은 꽃대가 자라나 작은 노란색 꽃들이 바람결에 춤을 추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배추라면 마트에서 파는 식용으로만 생각했는데 시각적 아름다움이 크니 관상용으로 심어야겠어”

라고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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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게도 우리는 인간에게 식물이 꼭 필요하지만 사실 식물은 인간이 그다지 필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는 혼자서 한참을 웃었다.

“맞는 말씀이시네...”라고 생각했다


‘살아 있는 존재’ 식물들의 조용한 활동에서 우리는 숨 쉴 공기, 아름다움, 다정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우리 모두는 하나의 생명이다.


반려식물 엽서.jpg 국립세종수목원 온라인 식물 상담실( https://www.sjna.or.kr/main/contents.do?a_num=93944373 ) 상담소 게시판 Q&A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다시 나의 반려식물을 찾아 나서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런 날이 온다면 서로 뿌리를 내리고 어우러져 친밀하게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초록잎을 갈색으로 만든다거나 검은빛으로 물들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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