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벽, 콘크리트, 도시는 무수한 콘크리트의 집합체이다. 그런데 콘크리트가 우리가 하는 말들을, 소리 들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면, 알고 있다면?
토요일 오후 6시 ‘콘크리트 보이스 : 천변우로 415’ 이동형 오디오 공연에 참여했습니다. 전일마루(전일빌딩 옥상)에 모인 우리(일명 가치탐험대)는 각자 헤드셋을 쓴 채 헤드셋 속에서 흘러나오는 의인화된 콘크리트의 음성, 콘크리트가 들려주는 80년 오월 광주의 이야기를 들으며 빌딩 사이를 걸었어요.
콘크리트는 전일빌딩 245에서 출발, 금남로 지하상가, 골목길을 지나 충장로 우체국 그리고 최종 목적지인 옛 광주적십자병원까지 광주 오월길을 따라 걷는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나가 어찌케 살면 좋겠어요?”
이는 옛 적십자병원이 5·18 사적지이긴 하지만 폐건물이 된 상태로 앞으로 어떤 가치를 가지고 남아야 할지, 어떻게 운영되면 좋겠는지에 대한 의견 수렴이기도 합니다. 활용방안이 적힌 아크릴판 중에서 제 생각과 일치하는 내용이 적힌 곳에 헤드셋을 걸어놓으니 이동형공연 '콘크리트 보이스'가 마무리 됐습니다.
광주동구에는 518 사적지 32곳 중 18곳이 있습니다. 이러한 가슴 아픈 현장을 가진 장소(Dark sites)를 방문하는 현상을 광주에서는 여전히 ‘여행’이나 ‘관광’이라는 용어보다는 ‘탐방’이나 ‘순례’라고 지칭한다. 이는 일부 대중관광에 대한 비판적 시각 그리고 사적지 현장을 ‘여행’ 한다라는 행위에 대한 비윤리적 느낌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장소를 여행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 한 공간에서 일어난 슬픔은 그곳에 가야만 생생히 느낄 수 있죠. 근대성에 대한 불안이나 의혹이라고 하는 탈근대적 특징을 지닌 다크 투어리즘은 관광, 역사, 사회학계 모두에서 주목받는 개념. 특히 오락성과 보고 즐기는 관광을 넘어 ‘의식 있는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정신적, 심리적 힐링, 성찰, 체험적 측면이 새로운 관광형태로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술에 기대에 펼쳐진 이번 공연을 518과 광주동구예술여행의 가능성으로서 그 의미를 짚어 보았습니다. 80년 오월 광주를 경험하지 않은 세대에게 기억을 전달하는 방식으로서 더욱 의미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518 기념재단과 청년 예술창작그룹 모이즈(MOIZ)의 공연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적십자병원은 이번 콘크리트보이스 공연 기간에만 잠시 개방됐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