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노래와 함께 후박나무 아래로
직장상사 B를 떠나보낸 지 두 달 조금 넘었다. 그와 친했던 직장선배 K와 가까운 S와 함께 양평 수목묘에 이제야 다녀왔다.
따듯한 햇볕을 가득 품고 있는 반송 아래, 그의 이름이 새겨진 묘석이 고요히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장묘 방식인 매장묘나 시신을 화장하여, 분묘의 형태로 된 납골시설에 유골을 안치하는 방식인 납골묘보다 평장 묘 또는 자연친화적 장례방식의 하나인 수목장을 선호한다.
평장 묘는 봉분이 없는 무덤을 말한다. 시신을 화장하여 뼈가루를 유골함에 담아 봉분 없이 땅에 매장하고 평평한 묘 위에 비석 등을 세우는 방식이다. 수목장은 시신을 화장한 뒤 뼈가루를 나무 주변에 뿌리거나 뿌리에 묻는 방식이다. 한 그루의 나무와 인간이 하나 되는 수목장은 우리가 다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수목장 주변에 둘러앉거나 서서 B가 좋아했던 소주를 한 모금씩 나눠마시며 그를 추억했다. 직장 선배 K가 담배에 불을 붙여 묘석 위에 담배를 올려 두었더니 연기가 하늘말나리 꽃처럼 피워 올랐다.
직장일이 버거울 때면 종종 B의 선한 미소가 생각나곤 했다. 5~6년 전 예기치 않게 다가왔던 투병생활 속에서도 내면의 충만함으로 특유의 따듯하고 밝은 목소리를 잃지 않았다.
그가 하늘의 별이 되기 전 어느 날 내게로 전화가 왔다.
“유진 씨.. 주고 싶은 그림이 있는데 언제 서울 올 거야”라고 말했다.
나도 그처럼 나의 죽음 ‘후’를 정리했었다.
내가 죽는다면 장묘 방식은 수목장으로 해달라 나무는 후박나무가 좋겠다.
그리고 “나에게 찾아올 때는 세 가지를 준비해 오면 좋겠다”라고 나의 가족 특히 내 아이들에게 미리 알렸다. “그 세 가지가 뭐냐면 말이지...”
1. 시 한 편 들려주기
2. 노래 한 곡 불러주기
3. 와인 함께 나눠 마시기
시와 노래를 생각한 건 내 아이들 스스로가 언제나 느긋하기를, 시를 통해, 노래를 통해 내면의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리고 와인을 생각했던 건 그 무렵 내가 와인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에 나온 죽음에 대한 문장이다
‘인생이란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가는 일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는 태어나면서 우리 몸을 빌려 입어요. 그 육신엔 반납 일자가 있지만 우리는 그게 언젠지 몰라요. 반납일이 되면 육신을 돌려줘야 하는 거예요’
우리는 정해진 반납일을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반납일이 있다는 걸 모두가 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누구라도 지금 또는 가까운 미래에 죽음 ‘후’를 정리해 보기 바란다. 이처럼 삶의 마지막 순간을 내 마음에 새겨두면 시간들이 소중하고 애틋해짐을 느낄 것이다
잭 캔필드, 게이 헨드릭스 지음, 리더스북. 스티브 코비, 잭 캔필드, 존 그레이, 마크 빅터 한센.... 세계를 움직이는 명사들의 인생을 변화시킨 48권 책과의 경이로움 만남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이 세상을 떠날 때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직장 선배 K가 대답했다
“나는 있잖아 보고 싶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생각할수록 부드럽게 마음을 감싸는 말이다. “그렇지, 사랑만큼 사람에게 든든한 게 있을라고.. 사랑하면 보고 싶지”
죽음이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다. 하지만 죽음을 받아들이고, 내 몸속에 죽음과 삶을 공존하게 내버려 두고 또한 죽음 ‘후’를 생각해보는 건 스스로에게 멋진 깨달음의 순간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