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처럼 나도 그래 볼까. 그리고 순리에 맡겨볼까
전주에 다녀왔다. 그동안의 전주라는 도시는 내게 일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나서 한옥마을, 전동성당 등을 찬찬히 살펴보지 못하고 휘리릭 둘러보다가 비빔밥과 모주를 맛보거나 역시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등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번엔 전주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전주에 갔었고 전주에 간 김에 친구와 함께 운동화로 바꿔 신고 가볍게 산책하듯 전주 곳곳을 다녔다. 미리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거기 한번 가볼까?” “그럴까?”라는 방식의 즉흥 여행, 그리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유심히 바라볼 수 있어서였을까? 눈에 쏙쏙 들어오는 예쁨과 느낌에 마음이 환해졌다.
촘촘하게 모여 있는 한옥 카페, 한옥 게스트하우스 사이를 누비며 걷다가 최명희 문학관에 이르렀다.
‘나는 일필휘지를 믿지 않는다. 원고지 한 칸 한 칸마다 나 자신을 조금씩 덜어 넣듯이 글을 써내려 간다’라는 문장을 보고 최근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를 더욱 반추했다. ‘글은 그 사람이다’라는 말을 보며 ‘글은 곧 나이다’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내친김에 생가터에도 갔다. 작가가 태어난 곳은 전라북도 전주시 화원 동이라고 하는 지금은 경원동으로 이름이 바뀐 동네인데 작가는 ‘화원동’이라는 이름에 대해 어느 강연 자리에서 ‘그 화원이라고 하는 음률이, 그 음색 이주는 울림이 저로 하여금 굉장히 제 마음에 화사한 꽃밭 하나를 지니고 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주곤 했어요’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전의 화원동에서 경원동으로 이름이 바뀌어 비록 상상이긴 하지만 꽃으로 가득한 멋진 세계를 소요하는 정취가 사라진 듯 아쉽다
한옥마을을 좀 더 걷다가 육교를 건너 자만 벽화마을에 갔다. 가파른 산언덕 곳곳에 자리한 집 담벼락을 활용해 그림 벽화들로 마을 전체가 미술관 느낌. 무엇보다 마을 전체가 산언덕에 자리하고 있어 한옥마을 전경이 아래로 한눈에 내려다 보여 가슴이 탁 트였다
벽화마을 입구 안내판에 작가로부터의 작업 과정에 대한 글이 적혀 있다
‘판판하지 않은 벽 위로 물감이 흘러내릴 때는 작가의 마음도 눈물이 납니다
여름엔 더위와 모기, 겨울엔 작업 시간과의 싸움
물감이 굳어 못쓰게 되기도하며고된 작업을 합니다
비 오면 벽이 마를 때까지 며칠씩 기다리고 또 해가지면 작업을 철수해야만 합니다
여름엔 햇볕에 그을리지만 기쁜 마음으로 열정을 불태웁니다
그 과정을 생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시기 바란다는 부탁의 말이
조곤조곤 말하는 듯 정답게 다가왔다
남부시장 2층에 있는 청년몰을 슬슬 걸어 다녔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적당히 벌고 아주 잘살자 ‘라는 구호가 은근히 재밌다.
“나도 그러고 싶다’,‘나도 그럴 테다’라고 생각해본다
전주 남부시장 2층 청년몰은 전국 1호 청년몰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오랫동안 버려지고 방치되었던, 본래 새마을 시장으로 불렸던 재래시장에서 출발한 청년몰은 이후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생겨났다. 책방 토닥토닥, 브런치 식당, 문구점 등등 청년들이 호기롭게 불어넣은 호흡들이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생각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음
“팔복 예술공장? 처음 들어보는데!!”
예전부터 들러야지 했던 팔복예술공장에 가자는 내게 친구가 물었다.
예술은 여전히 일상과 거리가 있는 걸까. 나는 전주 가면 꼭 들러야지 했던 곳인데 몇 년째 전주 사는 친구는 지난 2018년에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그곳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다.
”팔복동에 있지 아마? “
”그곳은 전주 대표 산업단지야... “
”원래 카세트테이프 생산 공장이었는데 이유 중 하나라면 1980년대 말에 CD가 나오면서 위기를 맞은 거지... 공장 문 닫고 오랫동안 방치됐다가 팔복 예술공장이 되었다고 해... “
옛 공장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새로움을 더한 전시장 , 창작스튜디오, 꿈꾸는 예술터가 예술가 들음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삶 속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 이리라...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운영한다는 카페 ‘써니’에서 차를 마시며 어쩌다 전주여행을 마무리했다.
생텍쥐베리는 말했다.
‘행복하게 여행하려면 가볍게 여행해야 한다’
그렇다!
산책하듯 가벼운 차림으로 떠나자.
여행지에선 슬슬 천천히 그냥 온전히 즐기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말고 때로는 우연에 몸을 맡기자.
라고 여행에 대해 정리해본다
인생여행도 이와 같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며 혼자서 비틀스의 노래 ‘let it be’를 흥얼거리는 중이다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let it be,
whisper words of wisdom let it be,
그냥 두어라, 그대로 두어라
그냥 두어라, 그대로 두어라
지혜의 말씀을 속삭여주시죠, 순리에 맡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