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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게 웃던 아이, 그리고

by 일상여행자

나는 사진이 좋다. 전시 개막일을 기다려 바로 그다음 날 전시장을 찾았다.

아시아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 2에서 전재홍, 김기찬, 이정록, 조춘만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한국의 사진가’라는 주제로 수집한 사진 작품 중에서 근현대 건축을 담은 사진 중심 아카이브 전시이다.

건축은 미학이기 전에 삶을 담는 현실이다. 사진 속 근현대 건축 풍경은 조형이나 공간이라는 건축적 가치보다는 문화적 가치, 여전히 우리 삶 속에 이어져 오고 있는 일상적 공간 속에 담긴 시대의 모습을 보여 준다.

내 유년의 일상들이 떠올랐다. 나는 어느덧 김기찬의 사진 속 어디쯤에서 수줍게 웃고 있었다. 김기찬의 골목 사진 속 그곳들은 나의 소중한 기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을 걷다 보면 가파른 언덕과 만나기도 했다. 숨을 훽훽거리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

나의 골목에 대한 기억이 잊힐 무렵, 김기찬의 <골목 안 풍경 > 사진들을 보며 추억의 시간을 되찾았다. 어린 동생을 업은 언니,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단발머리 여자아이, 장난기 어린 대여섯 살 꼬마아이를 만나는 당시의 골목은 더없이 재밌고 안전한 놀이터였다.

‘처음 그 골목에 들어서던 날 왁자지껄한 골목의 분위기는 내 어린 시절 사직동 골목을 연상시켰고 나는 곧바로 “내 사진테마는 골목 안 사람들의 애환, 표제는 골목 안 풍경, 이것이 곧 내 평생의 테마이다”라고 결정해 버렸다. ’

_<골목을 사랑한 사진가> 눈빛, 글. 김기찬

조춘만의 사진은 세상에 온통 새까만 어둠이 내렸을 때 더욱 빛난다. 도시가 모두 잠든 깊은 밤중에 산업현장의 불빛은 더욱 환하다. 눈앞에 나타난 커다란 산업 시설물을 빗대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포효하는 기계’라 말하는 그는 산업화 과정에서 건설된 철강, 제철, 석유 화학 시설 등의 건축물을 기록하였다

전시장에 놓인 <조춘만 중공업> 사진집 표지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색 안전모와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서 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조춘만 작가이다. 그는 ”기계는 생명을 갖고 있다. 촬영에 몰입하면 기계가 살아 움직이는 소리를 들으면서 대화를 한다는 느낌도 든다 “고 말한다. 산업미를 기록한 사진가인 동시에 실제로 산업현장의 일원이기도 했다.

찬찬히 보다

사진 속 풍경들 속에서 오래도록 머뭇거리며, 차분히 앉아 시간을 보냈다. 전시장 밖으로 나오면서 생각했다. “이곳에서 두 시간이나 있었다고?” 전시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데 말이다. 스툴 위에 놓여 있던 <골목을 사랑한 사진가 김기찬사진, 그 후 10년>(눈빛) 책을 펼치고, 태블릿에 담긴 작품 하나하나의 풍경 속을 오갔다. “하긴 다른이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전시는 9월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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