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자이 미즈마루 씨는 이 세상에서 내가 마음을 허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요즘 난 외국에서 지내고 있지만, 3월에 잠시 귀국하여 이리저리 분주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다 18일이 떠날 날이었는데 시간이 비어 아, 오랜만에 미즈마루 씨 만나서 술이라도 마시고 싶네’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그런데 내가 전화를 한 바로 그날 쓰러져서 의식을 되찾지 못한 채 19일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곳은 대부분 아오야마 (미즈마루의 작업실과 자택이 있었음) 주변이었다. 아담한 초밥집 이 가게는 미슐랭에 실려서 지금은 예약도 쉽게 할 수 없지만 당시는 그냥 불쑥 들어가도 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우리는 카운터석에 앉아 이런저런 유쾌한 이야기(바보 같은 이야기, 공공연히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초밥을 먹고 청주를 마셨다.(...) <델로니어스 몽크> 표지 그림을 영원히 보지 못하게 된 것을 애통하게 생각한다. 사람의 죽음은 때로는, 그려졌을 한 장의 그림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일이다‘(p5~9)
슬슬 그린다고 하지만 <폭신폭신>을 그릴 때의 속내를 보면 그가 그린 가느다란 한 가닥의 선은 자신이 “좋네”라고 생각할 수 있을 때까지 그려서 “좋네”이다.
“날마다 폭신폭신 생각만 했습니다. 폭신 폭신이란 어떤 느낌일까 폭신폭신 폭신폭신하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폭신 폭신이란 말을 생각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