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늘 그렇듯 <가이아의 도시>, <이음지음> 전시장 두 곳을 다니기엔 시간이 부족했다.‘한 번 더 오면 되지’ 생각했다.
<가이아의 도시>는 자연을 대변하는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사유한다. 이번 전시에서 창조의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어머니’ 가이아는 모든 생명, 기계가 유대하며 공존할 수 있기를 이야기한다.
노경택의 <마림바 시퀀스>는 인간과 식물 그리고 기계의 협력을 통해 마치 악기 같은 장치를 연주한다. 작가는 엔지니어링과 오토마타 등의 기술을 더해 식물, 인간, 기계의 연결과 작용을 탐구한다.
얄루(Yaloo)의 피클시티(Pickled City)는 다양한 상상 속 동물이 등장하는 신화적 상상력에 미역과 다시마, 갯민숭달팽이 등에 대한 기존의 관심사를 더해 구성한 깊은 바닷속 수중도시를 보여준다
2023 ACC사운드랩(김석준 윤지영 조예본 차미예)의 <뻗고, 구부러지고, 부러지고, 잇고>는 식물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틀에 부딪히고 휘어지며, 자기 자신의 경계에 직면하거나 다른 식물들과의 생존경쟁에 놓이는 상황을 다채로운 시각적 요소와 소리로 표현했다.
복합전시 2관에서 열리는 <이음지음> 전시 중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 작품 <클리나멘 v. 9>은 찬찬히 여행지, 사진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듯하다. 180개의 백자그릇이 푸른 물 위에 떠있다. 그릇들이 부딪치며 청아한 소리를 낸다. 작가는 이 그릇들처럼 "사람도 서로 만나고 이어질 때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라고 말한다.
클리나멘(Clinamen)은 고대 자연철학의 용어로 '기울어져 빚겨감 혹은 벗어남'을 의미한다. 관성적인 중력에서 벗어나 자신의 고유 속도로 가며 일으키는 수많은 분자적 마주침 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듬을 클리나멘이라 한다. 이는 양자역학의 개념 가운데 하나인 양자요동(Quantum fluctuation)과도 연관시켜 이해할 수 있다(네이버 지식 참고)
<인-해빗:또 다른 나라 프로젝트>의 작가 이자벨 &알프레도 아퀼리잔 부부는 이주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워크숍을 열어 참여자들에게 재활용 판지(해외로 이주한 필리핀 사람들이 집으로 물건을 보낼 때 사용하는 발릭바얀 상자(귀국상자)를 활용해 집을 짓게 했다. 각자가 만든 집을 모아 작가는 작은 도시를 작품으로 완성하며 말한다
“살던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게 되면 어는 곳을 내 (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당신의 집은 어디 인가요?”
<가이아의 도시>는 2월 25일(일)까지, <이음지음>은 7월 21일(일)까지 관람료는 모두 무료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날씨 참 맑고 눈부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