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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로 등쿠션 커버 만들었다

이제는 매일매일을 함께한다

by 일상여행자


책을 읽고 노트북으로 글도 쓰고 하느라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 보니 등쿠션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집 근처 인테리어샵에 들렀다. 터키색 머그잔을 만지작거리다 충동구매를 최대한 멀리해야지 마음먹은 걸 떠올리며 쿠션들이 놓인 곳으로 곧바로 걸어갔다. 초록색, 노란 꽃무늬 등이 봄봄 하지만 촉감이 생각했던 재질이 아니었다. 또 다른 곳에 들렀을 때 마음에 든 쿠션이 있긴 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쿠션 커버 구매를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되돌아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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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으로 갈아입은 쿠션들, 봄봄한다

그런데 어제 겨울옷들을 정리하면서 쿠션 커버를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계절이 바뀌니까 보관할 옷은 세탁 후에 잘 접어 넣으려다가 올겨울에 한두 번 정도밖에 입지 않은 옷들이 눈에 띄었다.


“이걸어째, 내년엔 입겠지?” 생각하며 옷을 곱게 접어 정리하다가, 문득 일 년에 한두 번 입는 자주 안 입는 옷을 다른 용도로 쓰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지난해 겨울에 컬러감도 좋고 도톰한 질감도 좋아 구입한 스웨터인데 목 부분이 입었을 때 살짝 따가운 느낌 그리고 허리선이 위에 몸을 구부리거나 할 때에 신경이 쓰였었다.


“쿠션을 만들까?, 적어도 쿠션은 매일 사용하니 말이다.”


하지만 집에 재봉틀이 없으니 옷 수선 집에 갔다. 재봉틀뿐만 아니라 두꺼운 옷감을 자르기에 적합한 용도의 가위도 없다.


“이렇게 좋은 옷을 왜 잘라서 쿠션 만든다고 해? 그냥 입지”

“그래도 자주 안 입는 옷이라 만들어 주시면 안 될까요?”

“여기는 옷 수선만 하니까 우리 집보다는 홈패션 하는데 가서 해달라고 하는 게 나을 거 같네”


홈패션 가게들이 모인 곳이 어딜까 생각해보니 천변에 있는 양동복개상가 2층이 떠올랐다.


좁은 복도 양옆으로 칸칸이 자리 잡은 가게들을 지나며 어디가 좋을까 생각했다. 가게 입구에 ‘바느질 받음’이라고 적힌 집에 들어가 스웨터로 쿠션 커버를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검은 레이스 모자, 바지, 커튼, 쿠션까지 아기자기하고 다정한 느낌들의 맞춤 전문 소품이 많았다.


“잘될지 모르겠어요. 이런 걸 가져오신 게 처음이라서요

그런데 재밌네요”

“재밌네요”라고 하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어찌 됐건 일을 재밌게 한다는 건, 곰곰이 생각하며 잘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잘 안되어도 괜찮아요. 그냥 해주세요”라고 말하며 스웨터를 가게에 두고 나왔다.

“근데 바로는 안돼요. 이 옷을 자르면 다른 제품에 먼지 날릴 거라 마감 시간 무렵에 다 큰일 다 마무리하고 청소하기 바로 전에 해볼게요”라고 말했다.

“내일 이 시간쯤에 들르세요”

“네 그럴게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내일이 오늘이었다. 우연히 찾은 가게였기에 명함에 쓰인 주소 나동에 있는 ‘에스 홈 커튼’ 가게에 한참 후에야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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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가게에서 작업과정을 직접 사진 촬영해주셨다.
봄 쿠션에 겨울 옷을 입혔다.
내 옷의 비밀을 간직한 쿠션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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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스웨터로 만든 쿠션커버 쿠션감이 좋다



내가 가진 물건의 새로운 쓰임새뿐만 아니라 헌 옷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 환경오염을 최소화했다는 점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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