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속 고양이는 말한다
주문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고양이 2>(옮긴이 전미연, 열린 책들, 2018)를 읽고 있다. 파리에 살고 있는 암고양이 바스테트는 옆집에 이사 온 고양이 피타고라스와 친구가 된다. 테러와 전쟁이 벌어지고 페스트까지 덮친 파리에서 안락한 일상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음을 느끼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소설 속 두 고양이 바스테트(나 즉, 1인칭 화자 시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감)와 피타고라스(수학자 피타코라스의 이름에서 따와 스스로 이름 지음)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본다. 두 고양이의 시선, 대화를 통한 인간의 모습, 이미지를 따라가 본다.
( ) 괄호 안 문장은 책을 읽으며 떠오른 직관적인 나의 생각들이다.
이유인즉슨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퇴화하는 것이라고? 흐음)
「인간의 손을 갖고 싶어, 그 손끝에서 책이 나오고 정교한 기계가 만들어지고 예술이 탄생하잖아. 인간처럼 웃어보고 싶기도 해(요한 호이징가 J. Huizinga는 그의 책 <호모루덴스 Homo Ludens>에서 말했다. ‘인간만이 웃는다’고. 정말 그럴까? 고양이는 웃지 않는 걸까?) 우리 고양이들은 항상 너무 진지하잖아. 뭐든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그래, 그렇다. 고양이들은 늘 생각에 잠긴듯한, 진지한 표정이었던 것 같다)」
「대중은 민주주의적이고 복잡한 체제를 옹호하는 자들보다 전체주의적이고 단순한 체제를 옹호하는 자들을 선호하게 돼 있어. 두려움을 앞세운 자들의 주장에 끌리는 거지.(...) 스스로의 행동을 책임지지 않아도 복종만 하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을 제안하지」
납작한 새 부리처럼 생간 마스크를 착용한 인간들이 형광 주황색 옷을 입고 우르르 내린다. 「저들이 입은 건 방호복이야. 페스트로부터 보호해 주는 옷이지」(으흐음 지금의 코로나 상황과 같다)
소설 속 고양이 나는 ‘공룡의 시대가 끝난 것처럼 이제 인간의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고 예견’하던 피타고라스의 말을 떠올린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똑똑한 인간들을 죽이고 있네?」
「중국에서는 문화 대혁명 동안 마오쩌둥 주석이 지식인들을 모조리 숙청했어.(...) 그들은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학살을 자행했어 새로 권력을 잡은 지도자들은 사람들보다 더 부패한 집단인 경우가 많지만 변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일단 열렬히 반기게 되지. 아무리 화장술에 불과해도 말이야. 집사가 화장하는 걸 너도 봤을 거야. 입술과 뺨에 색깔이 들어간 크림을 바르면 원래 얼굴과 전혀 다르게 변하잖아」
「좋은 혁명이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성공한 경우 말이야? 없었어. 혁명 초기의 흥분과 열정이 사그라지면 대개 혼란기가 찾아와」
「인간들은 1천5백 년을 기다려서야 르네상스 기를 맞았어. 천년의 공백기를 거친 후에 문학과 미술, 조각, 건축, 의학, 기술 등의 분야가 말 그대로 멈췄던 자리에서 다시 시작됐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인간 암컷이 부르는 노래야. <칼라스>라는 여잔데, 그녀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녹음된 그녀의 노랫소리를 통해 우린 여전히 그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나올까
「내가 인간들한테 감탄하는 게 뭔지 알았을 거야. (...) 이렇듯 인간은 예술의 중요성을 깨달았어 (그런데 예술은) 아무 데도 쓸모가 없어. 먹는데도 잠을 자는데도 영토를 정복하는데도, 예술은 무용한 행위야. 그런데 그게 바로 예술의 강점이지. 인간과 달리 공룡은 예술의 흔적을 남기지 못했어 (...) 칼라스처럼 매혹적으로 부를 수 있는 암고양이가 있어야 우리가 인간과 맛 먹을 수가 있어」 (예술하는 인간에게의 감탄, 전율)
「그렇다고 우리 인간들이 열등한 건 아니에요. 단지 우리는 서로 다를 뿐이에요. 나는 모든 동물 종이 상호보완적이라 믿어요」
「인간들 중에는 신기하게 우리의 기원을 우리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이 있어. 글과 책을 통해 과거에 일어난 일을 구체적인 흔적으로 남길 수 있기 때문이야. 그게 인간들의 강점이고 우리의 약점이지. 문명의 영속을 위해 기록은 핵심적인 요소야. 책으로 남기지 않으면 어떤 진실이든 도전받게 돼있어. 아무리 대단한 성취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지」(맞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읽는다
베르베르는 그가 기자 시절에 소설가 클로드 클로츠(파트리크 코 뱅이라는 필명으로 알려져 있고 <E=mc², 내 사랑>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발표)를 인터뷰할 때 그의 곁을 맴도는 고양이를 보면서 ‘나를 지켜보고 내게 영감을 주는 고양이와 함께 집에서 조용히 일하는 것, 이게 바로 내가 꿈꾸는 삶’이라 말한다.
<고양이>로 번역된 이 소설의 원제는‘드맹 레 샤(Demain les chats : 내일은 고양이)’이다. 현 인류가 멸망하고 나서 앞으로 새로 등장할 제3인류의 모습이 고양이라는 말일까? 자멸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인류 문명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일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1HrAkU1me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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