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미학 수업 2.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by 일상여행자

누구나 다 안다고 믿고 있는 아름다움(...) 우리는 “아름다움?, 그거 예쁜 거 아냐?”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사전적 의미를 보면 ‘미(美, beauty) 또는 아름다움은 감각적인 기쁨이나 만족을 주는 대상의 특성으로, 마음을 끌어당기는 조화(調和, harmony)의 상태, 철학의 분야인 미학에서 자세히 연구되는 대상이다.


아름다움을 고유하게 정의하는 것은 어려우며, 자연의 사물 등에 대해 감각적으로 느끼는 소박한 인상으로부터, 예술 작품에 대해 갖는 감동의 감정, 혹은 인간의 행위의 윤리적 가치에 대한 평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와 해석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한다.(위키백과)


어쨌든 지금은 일상 미학 수업 두 번째 시간이다.(나 스스로 일상 미학 탐구 과정에서 만나는 내용들을 정리하는 말하자면 셀프 수업 노트인 셈인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일해질까 봐 여서이다)


일상 미학에 대한 대한 담론, 이론을 살펴보는 것에 앞서 아름다움, 미(美)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자양분을 얻고 내 생각의 기초를 세운다.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2016)의 <미의 역사(Storia Della Bellezza),2005, 열린 책들> 그리고 주광첸(朱光潛, 1897년~ 1986년)의 책 <아름다움은 무엇인가?,2017, 셈엔 파커스>를 읽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2. 미의 역사.jpg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학자, 미학자, 언어학자, 철학자, 소설가, 역사학자이다. 그의 책 <미의 역사>는 오래전부터 내 책꽂이에 있던 책인데 오늘 펼치니 또 새로운 문장들이 눈에 띈다.


고대의 이상적인 미의 관념이 기계시대의 미학에 이르는 동안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이런 내용이 있었나?” “흥미로운데(...) 낭만주의적인 미와 소설적인 미, 미의 상대성, 고대인들과 미(...) 알 수 없는 그 무엇의 모호한 미(...)” 오호


고대 그리스의 이상적인 미


사실 고대 그리스에서 미에 대한 자율적인 규칙 같은 것은 없었다(...) 예를 들어 미의 평가 기준에 대해 질문을 받자 델포이 신탁(고대 그리스 도시인 델포이에 있던 아폴론의 성소에서 아폴론이 내리던 예언을 지칭한다. 신탁이라고 옮겨지는 라틴어 oraculum에서 유래한 서구어 oracle은 신탁 자체뿐만 아니라 이 신탁을 받아 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은 이렇게 대답한다.


<가장 올바른 것이 가장 아름답다>. 그리스 문화의 황금기에도 아름다움은 여전히 <척도>와 <적합성> 같은 다른 가치들과 결합되어 있다.(37쪽)

3. 설계도.jpg 미켈란젤로,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의 희귀 장서 소장을 위한 계단 설계도, 1516년, 피렌체

미는 그것을 표현하는 다양한 기법들과 연결되어 있었으나 단일한 규칙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찬가에서 미는 우주의 조화로 표현되며, 시에서는 인간들을 즐겁게 해주는 마법으로 조각에서는 각 부분의 적당한 척도와 균형으로, 수사학에서는 적절한 운율로 표현된다.(41쪽)


그리스 예술에서 균형에 대한 관념은 아름다움에 대한 규범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이는 예술과 미의 관계 즉 예술미에 대한 언급으로 이해될 수 있겠다.


다음은 기원전 6세기경에 조각된 여성상이다

4. 소녀.jpg 코레, 기원전 6세기, 아테네, 국립박물관


기원전 6세기의 예술가는 시인들이 말하는 그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 자신이 어느 봄날 아침 사랑하는 아가씨의 얼굴을 바라보다 감지했을 수도 있는 그 아름다움을 실현시켜야 할 의무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돌로 표현해야 하고, 아가씨에 대한 이미지를 하나의 형식으로 구체화시켜야만 했다. 아름다운 형상을 만들 때 제일 먼저 요구되는 조건 들 중 하나는 바로 정확한 비례와 균형이다. 그래서 조각가는 두 눈을 똑같이 만들었고, 양쪽으로 땋은 머리도 똑같이, 가슴도 똑같이, 다리와 팔도 비례에 맞게 정확하게, 옷의 잔주름도 똑같이 리듬감 있게, 그 조각상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라 할만한 매혹적인 미소의 입술 모퉁이를 균형에 맞게 조각했다.(73쪽)


이렇듯 조화, 비례, 균형과 같은 이성적 기준으로 판단되었던 아름다움의 기준이 확고하게 지속될 듯했지만 그럼에도 이와 대비되는 인식으로 다양한 자기중심적인 미의 개념들이 등장했다. 감성, 감각적 미의 기준들이다.


미를 인식하는 다른 기준들, 이 중 하나가 ‘우아함’이다.


베네치아 공화국의 학자, 시인, 추기경이기도 했던 피에트로 벰보(Pietro Bembo, 1470~1547)는 <시잡>을 통해 ‘보이지 않는 우아’에 대해 이렇게 노래한다.

‘깨끗하게 윤이나며 황금빛과 금빛으로 넘실거리는 머리카락,

(...)

가장 성숙한 나이에 무르익은 사려 깊음

우리들 속에서는 지금까지 찾아보지 못했던 우아, 최고의 미(...) 드넓은 하늘이 몇 사람에게만 선물한 우아가 당신 속에 있으니(216~217쪽)


5, 우아미.jpg 아뇰로 브론치노, 루크레치아 판차티카의 초상, 1540, 피렌체

위의 사진, 1540년경 아놀로 브론치노 <루크레치아 판 타치 카의 초상>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그림에 대한 설명 또한 그 예이다.


「여인의 미에 대하여」

(...)

맑게 빛나는 눈을 응시해 보도록 하자. 아름다운 두 눈에서 반짝이는 그 빛은 우아의 광휘를 찾아 헤매는 모든 재능 있는 사람을 환히 비춘다.

이렇듯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 그리고 인식들이 객관적 규칙에 의한 것만이 아닌 사람들의 감성과 감각에 호소하며 새로운 규칙들을 만들어 냈다.


또한 데이비드 흄 (David Hume, 1711~1776)은 <취미 기준론>에서 아름다움이 대상의 객관적 속성이라는 전통적 견해를 뒤집으면서 미학 논의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미는 사물 그 자체의 성질이 아니다.

미는 오로지 사물을 응시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뿐이며,

모든 정신은 미를 서로 다르게 지각한다.

어떤 사람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부분을 다른 사람은 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각 개인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통제하려고 애쓰지 않으며 자신의 감정에 만족해야 한다.(247쪽)


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가 서양문화에 나타난 다양한 미의 인식들을 살펴보았다면 주광첸의 책 <아름다움은 무엇인가?>를 통해서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는 감각을 깨우기, 이를 위한 심미적 경험이 필요함을 다시 느꼈다.

6. 아름다움책.jpg

<아름다움은 무엇인가?> 책이 출간된 건 1932년이다. 당시는 일본의 중국 침략이 격화되었던 시기로 ’ 생존이 왔다 갔다 하는 비상시기에 풍월이나 읊는 게 제정신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심으로 미에 대한 이야기를 청년들에게 하고 싶어 ‘ 주광첸이 쓴 열다섯 통의 편지가 책으로 엮어져 나온 것이다.


그는 복잡한 시대상황에 갇혀 괴로워하는 청년들에게 진심을 담아 ’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이 말은 시대를 관통하여 지금의 우리들에게도 통찰을 선사한다.


주광첸은

아름다움은 그것을 볼 수 있는 ’ 눈‘을 가졌을 때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눈은 곧 마음과 태도를 의미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정원에 아름다운 노송 한 그루가 있다고 치자. 목재상, 식물학자, 화가 이렇게 셋이서 동시에 같은 노송을 바라보았을 때 화가만이 노송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이는 노송을 볼 때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마음과 태도를 지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화가는 직감(直感)으로 노송을 바라본다. 직감은 무소 위이 위(無所爲而僞) 즉 목적이 없는 심리 행위이다. 심미적 경험은 직감으로 이미지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목적 없이 그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이다. ’ 미‘는 직감을 통해 발현된 사물의 이미지라는 특징이 있다.(22쪽)


주광첸은 심미적 경험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심미적 경험은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순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일상의 제발견, 일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존재들에서 새롭게 아름다움이 보이고 느껴지는 경험을 할 때 우리 인생은 넓은 의미의 아름다운 예술이 되고 삶의 미학에 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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