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 책 읽기가 요즘 내 목표”라고 말했다.
친구 K는 머뭇거림 없이 바로 “1주 1 책 해야 되지 않을까!! 꼭꼭(책을 꼭꼭) 씹어 먹어야 된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씀이시다)
“그러니까 애를 쓰고 있는 중이긴 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2백여 권, 지지난해에 3백여 권 그리고 언제였더라(...) 헌책방에, 고물상에 책을 그렇게 떠나보낼 거였으면서도 책을 또 사다니
걷기 산책 길에 돌멩이를 발견했다. 모양새로 봐선 보완이 필요하겠지만 무게감으로책을 일렬로 세워 놓을 때 필요한 ‘북앤드(bookend)하기에 딱 좋겠다 싶어 집으로 들고 와 물로 이물질을 씻어 낸 다음 짝 없는 양말, 목욕타월을 재활용해 어떤 게 좋을까 모양을 좀 내봤다.
책꽂이를 사다 보면 책꽂이가 넉넉하니 또 책이 늘어난다. 그러니 앞으로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북앤드로 지탱할 만큼의 책을 사서 꼭꼭 씹어 먹어야지 싶다.
책을 가로면으로 눕혀 쌓아 올리면 제법 많은 분량의 책이 정리가 된다. 다만 책 한 권을 꺼낼 때마다 다른 책이 우르르 무너짐을 방지하기 위해 조심스럽게(그렇더라도 매번 무너짐) 다뤄야 한다. 그러니 책을 세로면으로 일렬로 세우고 북앤드를 세우면 책들이 잘 넘어지지 않는다.
나만의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돌멩이를 샤워볼 망사 목욕타월(연한 회색)을 잘라 + 노란색 실로 바느질을 해 돌멩이를 감싸듯 덧 씌우다 보니 예술적 오브제(objet d’art) 느낌이랄까 (하하)
오브제(objet)란 말이 있다. 오브제는 프랑스어로 물건, 물체, 객체(客體) 등을 의미한다. 이를 말 그대로 이해한다면 인간이 ‘대상화’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초현실주의 미술에서 오브제는 기존에는 미술 작품으로 여겨지지 않던 것에 작가의 재해석과 새로운 의미 부여로 미술 작품이 될 때 이런 매개체를 '오브제'라고 한다.
사물 본래의 일상성, 기능성, 목적성을 없애고 미적 대상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사물의 정체성을 인위적으로 왜곡시키는 것이기보다는 사물의 이면에 잠재해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일상적인 사물을 예술적인 오브제로 전용하는 예술가의 행위는 사물의 이면 읽기, 나아가 세계의 이면 읽기라는 적극적인 의미를 획득한다. 이로써 무미건조한 일상의 풍경을 예술적이고 미학적인 풍경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고충환, 2006 <무서운 깊이와 아름다운 표면> 랜덤하우스 중앙, 12~13쪽)
미적 대상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새롭게 바라보기, 보는 것과 아는 것 사이에 수많은 어긋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것과 아는 것 사이의 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결코 한 가지 방식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생활 중 에피소드이다.
어느 겨울날 아침 출근길에 사무실 전면에 밤새 내린 눈의 풍경을 보며
”아! 예쁘네 “감탄하며 풍경을 사진에 담는 나에게 ”눈을 쓸어야 하는 입장이 되어 보세요 “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풍경’이 누군가에겐 ‘예쁜 쓰레기’인 것이다.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é François Ghislain Magritte, 1898-1967)는 언어와 보는 것 사이의 영원한 어긋남을 <꿈의 열쇠 La clef des songes, 1930>라는 그림 속에 표현했다.
<꿈의 열쇠>에는 6개의 이미지가 하나의 통합된 액자 속에 들어 있다. 각기 다른 이미지와 그 그림 밑단에는 설명 단어가 적혀 있지만 계란에는 아카시아, 구두에는 달, 모자에는 눈(雪), 촛불에는 천장, 유리컵은 폭풍, 망치에는 사막이라는 프랑스어 단어가 적혀 있다.
그의 그림 <이미지의 배반, La Trahison des images, 1929>역시 마찬가지다. 그림 윗단에 일상적인 오브제인 파이프 한 개가 그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림 밑단에는 프랑스어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ipe>라고 적혀 있다. 우리가 본 파이프가 파이프여야 하는데 파이프가 아니라니(...)
마그리트는 파이프를 얼마만큼 진짜처럼 재현했는지에 대한 고전적 담론에서 벗어나 이미지의 본질을 파헤치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존 버거(John Peter Berger, 1926-2017)는 말했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또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에 영향을 받는다 (...) 우리는 단지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만 본다. 이렇게 보는 것은 일종의 선택 행위다. 선택의 결과, 우리는 우리가 보는 것을 시야의 범위 안으로 끌어들인다. <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 열화당, 2012, 11쪽)
영국의 비평가, 소설가이자 화가였던 존 버거는 같은 해 BBC에서 방영된 미술비평 텔레비전 시리즈 <다른 방식으로 보기, Ways of Seeing>의 작가이자 진행자였다.
존 버거가 말한 ‘다른 방식’이라 함은 기존의 아카데믹한 표준적인 보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볼 수 있고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일종의 적극적인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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