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미학 수업 3. 일상 미학 키워드:미적경험,몸 등

by 일상여행자

나는 C대학원에서 문화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런데 지인 P는 가끔씩 누군가에게 나를 인사시킬일이 있을 때면 “이유진 박사님입니다”라고 소개할 때가 있다.


누가 그걸 가지고 진짜와 거짓을 따질 것도 아닐 테니 그냥 둬도 될 것을 나는 그 새를 못 참고 “저 , 아직 박사논문 쓰지 않아서 박사 아니잖아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P는 상대에게 다시 말한다. “아직 논문 안 쓴 이유진 박사입니다”(하하)


처음 석사 논문을 쓸 때 나는 일반적인 석사논문 분량보다 많은(분량만은 박사논문급) 분량을 정리하고 나서 지도교수님에게 가져갔다. 그렇게나 많은 분량을 정리한 나 자신에게 뿌듯해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지니지 않아 산산이 부서졌다.


마치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의 소설 <노인과 바다>(어부 산티아고는 드넓은 카리브해에서 84일 동안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하다가 드디어 힘들게 만난 청새치를 상어 떼에게 모두 빼앗겨버린다.)의 주인공 산티아고처럼 내 손에 남은 몇 장의 원고를 보며 말했다.


“파멸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


어느 날 번뜩 생각난 아이디어를 나침반 삼아 개념, 방향성을 정리하고 기존 어법에 의존해 걷다가 (두둠칫) ‘자기화’의 지점을 만날 때까지의 여정, 참으로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니체의 “무서운 깊이 없이는 아름다운 표면도 없다”는 말은 늘 내 마음에 새긴다.


이제 나의 일상 미학 수업 세 번째 시간이다. 기존 일상 미학자들의 연구, 이론들을 참고했다. 일상 미학에 대한 나의 궁금증과 질문들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했달까(...)


일상 미학의 시작


1990년대에 등장한 일상의 미학(everyday aesthetics)은 미학의 대상을 환경의 모든 요소 및 환경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과 사건으로 규정하는 확장된 영역의 미학이다.


일상의 미학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의 시간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삶의 모든 측면을 미학의 대상으로 본다. 이는 20세기 미학의 주류였던 분석 미학과는 다른 갈래의 연구인 존 듀이(John Dewey)나 이푸 투안(Yi-Fu Tuan)의 이론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일상의 미학을 구체적․실제적으로 구축한 연구자로는 유리코 사이토(Yuriko Saito)와 토마스 레디(Thomas Leddy)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사이토가 그녀의 논문“Everyday Aesthetics”(2001)을 기반으로 쓴 저서 Everyday Aesthetics(2007)는 환경 미학 분야 내에서 일상의 미학이라는 독자적인 연구 영역의 전반적 특성을 일반화한 것으로 평가된다(Carlson, 2014) (손은신, 배정한(2016)은 「유리코 사이토의 일상의 미학에 대한 비판적 검토」 논문 재인용)


무엇보다 일상 미학가 유리코 사이토의 글을 통해 일상 미학에 대해 공감했고 내 생각에 깊이를 더했다. 다음은 관련 링크이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aesthetics-of-everyday/


일상 미학의 주요 키워드

미적 경험과 몸, 일시성, 활동

미적 경험은 일상 미학 수업 2에서 말했듯이 일상 미학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삶의 미학 책.jpg

이에 대해 프래그머티즘 철학자 리처드 슈스터만 (Richard Shusterman, )은 그의 책 <삶의 미학 Performing live, 2017, 이학사>에서 자기 철학의 주된 목적이 “순수예술의 영역을 넘어서서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미적 경험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예술과 삶을 더욱 밀접하게 통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가 ‘미적 경험’을 통해 삶을 미적으로 가꾸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 슈스터만은 특히 몸 미학(somaesthetics)을 강조한다.


인간의 삶을 구축하는 기초적 토대로서 신체는 분명 삶의 예술에 필연적이다. 그러나 로고스와 언어에 전념해온 전통적인 철학과 오랫동안 육체성을 혐오해온 철학의 관념론적 경향 때문에 몸의 경험은 거부되거나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35쪽)


몸은 관계들이 맺어지고 유기적으로 보존되는 유기체의 중심이다. 몸의 습관에 대한 근육의 기억은 미디어 바이트(media bytes)의 파편화된 순간들을 보다 오래 지속시키고 자료 파일처럼 쉽게 지워질 수 없는 유기체의 영속적인 현존 감을 제공한다. (215쪽)


우리는 실제적인 신체 운동을 통해 우리 자신의 생생한 경험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과 개선을 이루어가는 몸의 학을 철학적인 삶의 본 잘적인 부분으로 간주할 수 있다. 미셀 푸코는 소크라테스와 디오게네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철학이 텍스트의 문제가 아니라 체화된 삶의 실천적 문제라고 결론지었다.(232쪽)


우리는 우리 몸의 느낌에 대해 나와 세상과의 유기체적 관점에서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탐지를 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우리는 우리의 실질적 삶을 개선시키고 미적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중요 과제일 것이다.


박연실, 2014, <일상의 미적 경험을 통한 디자인의 미학> 논문에서는 일상 미학자 사이토의 주장을 통한 일상의 미학의 주요 개념으로 ‘쾌 감각, 불확정성’의 개념과 함께 ‘활동’에 대해 의미 부여한다.


사이토가 제시하는 ‘활동’이란 특별한 반성적인 관조 없이 그날 그 시간의 결정과 그에 따른 활동을 말한다. 가령 세탁하기, 버리기, 구매하는 활동을 통해 주체자는 청결한 쾌적한 반응을 함의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미적인 경험은 순수한 반응으로 기술될 수 있는 것이다. 전통적 미학에서는 미적인 경험이 활동 그 자체라는 아이디어를 적절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이토는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녀는 전통적인 일본의 차 의식과 일상의 활동을 예시한다. 가령 돌로 된 찻잔에 물을 리필하는 타이밍, 정원의 화초에 물을 주는 것, 연장을 선택하여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느끼도록 장식을 하고, 때때로 빗질로 나무 ․ 바위 ․ 웅덩이에 눈이나 낙엽을 터는 미적인 활동이 차례식이라는 고상한 미적인 관습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세탁하고, 청소하고, 수리하는 것은 차예절에서 손님을 위하여 준비하는 것과 같은 동격의 섬세한 지각활동으로 본다. 이런 활동들은 나중에 미적인 결과를 성취하기 위하여 완성되어야 하는 허드렛일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으로서 ‘미적인 영역’으로 가는 미화(beautifying)라고 보는 것이다


누군가가 일상에서 고양이를 건드려서 머리를 긁어주는 행위는 고양이의 냄새와 털의 텍스처를 즐기는 것이며, 다리에 제모를 하면서 로션으로 피부결을 다듬는 행위, 결혼반지를 돌려서 그것이 손바닥의 뒤로 가기 전에 그 무게를 느끼면서 오른쪽 손바닥 안에서 돌리는 행위 역시 무게감과 운동감을 즐기며 숙련의 묘미를 느끼는 제스처로 밝히고 있다. 이런 활동은 미적인 요소를 수반하며, 그것을 느끼고 참여해야 하는 것으로, 과거에는 추하거나 번잡스러운 제스처로 여겨졌으나 이제는 미적인 감각으로 미학화 하는 활동의 사례들이다. 머리, 면도기, 로션, 결혼반지와 찻잔, 식물에 물을 주는 것은 동격의 일상적 오브제이며 활동이다.(박연실, 2014, <일상의 미적 경험을 통한 디자인의 미학, 논문 재인용)


일시성

아침식사 1.jpg
아침식사 2.jpg
아침식사3.jpg
아침식사 4.jpg
2022.7.4일의 아침식사,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 삶에서 마주치게 되는 일시성, 언젠가는 특별한날로 기억될 오늘

사이토의 미학 이론 중에서 손은신, 배정한(2016)은 「유리코 사이토의 일상의 미학에 대한 비판적 검토」 논문을 통해 일상 미학에 대한 주요 키워드로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일시성(transience)>에 대해 언급한다.


사이토는 깨끗한, 더러운, 깔끔한, 지저분한, 정돈된, 또는 정돈되지 않은 일상적 미적 특질을 가진 대상들에 대한 미적 경험과, 일상적 시간성이 더해진 대상으로서 깨진 찻잔이나 낡은 폐허와 같이 더 이상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움에도 특별한 미적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노화된 외관(aging appearance)의 미학적 특성을 적절한 예증을 통해 해명한다.(나는 오늘 아침 이 내용들을 정리하기 전 먹은 아침 식사 먹기 전, 먹기 후의 테이블 위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미세한 변화들 나중에 언젠가 사진으로 바라보면 특별한 하루로 기억이 될까..._)


이밖에도 사이토는 우리의 삶에 스며있는 비 시각적 감각 경험의 중요함을 강조한다. 때로는 차분한 주변 소리와 건물의 날씨에 맞지 않는 매끄러운 표면과 같은 전반적인 분위기를 풍성하게 하는 반면, 타오르는 자동차 스테레오 사운드와 인근 공장의 악취, 소리와 냄새 등을 생생하게 느끼기(...) 이러한 비시각적 경험을 통한 미적 감수성 찾기는 나의 일상 미학 수업_일상 미학 실험 단계에서 실천될 예정이다.




일상 미학은 우리의 삶 속에 내재된 유미주의적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데에 있지 않다. 미학이란 것이 윤리학, 사회, 문화학 전반과 깊은 관련이 있듯이 이러한 총체적인 연관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문제이다.

일상 미학, 이제 시작이다. 그래도 어두웠던 내 마음 한 곳에 작은 불빛 하나 켜진 느낌이다. 이 불빛 참 소중하다.


#일상 미학 #이론 #헤밍웨이 #니체 # 무서운 깊이 없이는 아름다운 표면도 없다 #미적 경험 #몸 #활동 #일시성 #유리코사이토 #삶의 미학 #리처드 슈스터만 #이학사 #체화된 삶 #특별하지 않은 일상적 삶 #소중한 #작은 불빛 #내마음 #한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