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미학 수업 1. 일상성에 대한 인식

by 일상여행자


일상생활은 말 그대로 우리들의 구체적인 현실, 매일매일의 삶이다. 일상 미학에 대한 탐색에 앞서 일상 미학에 연관된 개념들을 사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상, 일상생활, 특히 일상성에 대한 의미를 정리해 보고자 했다. 현대사회에서의 공동체적 사회관계, 상상계, 일상생활 등에 관해 연구해오고 있는 일상생활의 사회학자 미셀 마페졸리(Michel Maffesoli, 1944~)는 ‘일상성이란 매일 반복되는 삶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Maffesoli,2021:Park 1994)이라 말했다. 독일 일상사가 알프 뤼트케(Alf Ludtke, 1943~2019)는 ‘역사 속의 대다수 이름 없는 사람들의 매일의 삶이 고난 속에서 일궈낸 생존의 역사이며, 역사 속의 일상들(historishe Alltage)이다 ‘라고 정의하였다.(일상성에 내재된 신철원 장소 성체 성 연구, 2022, 서준원, 정다애, 박윤주 참고)등을 살펴보며 프랑스 사회학자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 901~1991)의 저술, 이와 관련된 연구서들을 다시 읽으며 일상, 일상생활, 일상성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명료화했다.


르페브르는 현대사회에서의 일상생활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학문의 세계에서는 주변적인 것, 보잘것없는 것으로 취급하던 일상성의 철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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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원이 쓴(2016,「앙리 르페브르」,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일상 미학의 토대가 되는 주요 부분인 일상, 일상생활, 일상성에 한 개념 정리를 명료하게 해 준 책이다.


르페브르는 매일매일의 실질적 삶을 ‘일상생활(la vie quotidienne)’로, 일상생활이 자본주의 내지 모더니티에 포섭된 상태를 ‘일상(le Quotidien)’으로 그리고 이 일상을 지배하는 원리적 측면을 ‘일상성(la quotidiennet)’으로 구분한다. 즉 일상성은 실제로는 창발적이고 차이 나는 것으로서 일상생활을 동질적인 것으로 만드는 원리인데, 이러한 원리의 지배를 받는 한에서 르페브르는 ‘일상생활’을 ‘일상’이라 지칭한다.(노대명, 1997 : 「앙리 르페브르의 일상생활 비판에 대한 재음미」 242~243) (37쪽)


자본주의적 일상의 소외라는 소제목 아래


르페브르에 따르면 이러한 소외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본주의 사회의 삶에서 필요와 욕망이 더 이상 일치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경제적 필요를 충족해야 하는 삶은 동일성의 요구에 따라야 하고, 그로 인해 차이에 대한 욕망과 향유는 억압당하기 때문이다. 르페브르는 이것을 일상생활의 식민화로 표현한다.


(...)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르페브르가 자본주의적 일상생활의 억압과 관련해 신체와 감각을 매우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몸을 전방위적으로 억압한다. 1968년 저술인 「현대 세계의 일상생활(la vie quotidienne dans le monde moderne)」에서 르페브르는 이러한 사회를 테러리스트 사회로 명명한다.


테러리스트 사회의 일상은 그 이름의 자극성과 달리 의외로 조용하다. 눈에 보이는 병리적인 것들은 탈색되어 먼 곳에 배치되고, 운이 좋다면 몸은 편리를 누릴 수도 있다. 그러나 테러리스트의 모든 안락함은 밑바닥으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공포를 동반한다. 르페브르에 따르면 테러리스트 사회가 조용하게 느껴지는 것은 감각의 억제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감각의 억제는 스스로 눈과 귀를 닫은 냉소적인 주제를 양산한다. 그에 따라 테러리스트 사회는 자기 소외의 사회, 각자가 자기 자신에게 테러리스트인 상태로 전락한다.


(...)


덧붙여 르페브르는 모든 혁명이 본질적으로 아래로부터, 다시 말해 일상생활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관점이 수반되어 있다. (...)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르페브르는 이 문제에 대한 이중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한 가지는 일상생활 자체에 내재한 가능성을 원리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며, 다른 한 가지는 전략적 차원의 방법론을 마련하는 것이다. 전자가 일상생활의 미학적 차원과 강하게 연관된다면 후자는 정치적 차원과 연관된다.(39~41쪽)


르페브르는 우리 스스로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아서이지 우리들 모두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사회적, 경제적 소외, 식민화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더욱이 각자가 자기 자신에게 테러리스트인 상태로 전락되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르페브르는 일상생활 자체에 내재된 가능성의 원리, 긍정성을 ‘일상생활의 미학적 차원’과 연관 짓는다. 이 문장에서 나는 힘을 얻는다. 예술이나 문화가 최종 귀결은 아닐지라 일상 미학의 중요함이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앙리 르페브르(2005)「현대 세계의 일상성」, 박정자 옮김, 기파랑 책을 통해 ‘일상성’에 대한 나의 사유에 깊이를 더해본다.


특히 초판 번역(1990)에서 개정판 번역(2005)까지의 여정에 대해 서술한 역자의 글 중에서 ‘테크노 시대의 일상은 기계의 소음 속에서 게임이 주는 짜릿한 흥분과 함께 인간을 더욱 소외시키고 있다. 축제의 복원, 품격의 복원, 결국 따듯한 인간성으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앙리 르페브르의 저술이 시대를 초월하여 생명력을 갖는 참된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일상과 비일상의 틈을 오가며 우리는 소외되지 않는 인간으로서, 자기 존재를 자기가 소유하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품격화를 위해서 힘써야 할 것인가.


일상성의 비참함과 매혹은 일상성과 현대성이 마치 동전의 앞뒷면이듯 양 측면 성이 있다. 르페브르가 명명한 일상성의 위대함 그리고 비참함에 대한 내용


일상성의 가장 위대한 측면은 그 완강한 지속성이다.(...) 일상에서 탈출하여 여행을 다녀와도,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축제를 벌여도, 그것들이 끝나면 다시 일상성은 집요하게 계속된다.(...)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무심한 듯 힘없는 듯 완만하게 제 갈길을 가는 그 완강한 지속성(9쪽)


일상성은 현대인들이 가장 지겨워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해하는 이상한 물건이다. 매일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출근전쟁, 지루한 업무. 늘 보는 얼굴들에 극도의 권태와 피로를 느끼면서도 도시의 샐러리맨들은 이 일상성에서 벗어나게 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왜냐하면 일상성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실직이나 퇴직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은 단순히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상실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부단히 일상생활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14쪽)


르페브르는 일상성을 극복하는 핵심적인 개념으로 전유(appropriation)를 언급한다. 전유는 미술사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이에 대한 중요성이 언급됨에 대해 내심 반갑다. 미술은 어느 정도 내 삶의 뒷배경이다. 더군다나 앞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생각한 일상 미학 프로젝트와 맥락이 닿으니 말이다.


전유는 실제의 사물 혹은 기존의 예술작품의 소재를 자기 작품 안에 들여오는 행위이다. 그림에 신문지 조각을 붙인 피카소나 조르주 브라크의 콜라주 작품이 이에 해당된다. 1915년 마르셀 뒤샹은 남성용 소변기에 자기 이름을 사인하여 「샘」(Fountain)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했다. 소위 레디메이드의 시작이다. 이 기법은 나중에 초현실주의자들에게서 만개하여 살바도르 달리는 검은색 전화기의 수화기 부분에 가재를 올려놓고 「바닷가재 전화기」(Lobster Telephone)라는 제목을 붙였다. 1980년대 이후 제스퍼 존스나 로버트 라우셴버그 혹은 제프 쿤스 같은 미국의 팝 아트 화가들도 이런 기법을 즐겨 사용했다. 특히 셰리 리바인은 클로드 모네나 카시미르 말레비치 같은 기본 화가들의 그림을 복제했는데 이것은 친숙한 이미지를 가지고 새로운 상황,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이처럼 전유 미술(appropriation art)은 다른 예술 작품의 소재를 원본의 문백과 다르게 자기 작품에 원용하는 것으로 인용이나 표절과는 다른 개념이다. (36~37쪽)


OIP.jfif 살바도르 달리, 1936, <바닷가재 전화기>
5068_editora_78_12_1_10201020.jpg https://www.salvador-dali.org/en/dali/bio-dali/ (사진출처)

그러면 앙리 르페브르는 전유를 어떤 뜻으로 썼을까?


르페브르는 ‘일상이 작품이 되게 하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작품이라는 용어는 더 이상 예술적 사물, 오브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알고,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 자신의 조건들을 재생산하고, 자신의 자연과 조건들(육체, 욕망, 시간, 공간)응 전유하고 스스로 작품이 되는 그러한 행위를 지칭한다. 자신의 역할과 자신의 사회적 운명을 자기 손아귀에 쥐고 그것을 책임지는 행위이다(355~356쪽)


그러므로 전유란 스스로를 이끄는 것이다. 자신의 육체, 자신의 욕망, 자신의 시간을 타인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스스로 장악하고 주체적으로 관리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근근이 감내해 내는 일상으로부터,

일상의 충만과 지루함, 박탈, 공허, 나도 모르게 솟구쳐 오르는 부글거림 등등(...)을 전유해 자신의 삶을 작품이 되게 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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