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후배 C와 했던 말
“왜 누구나가 다 ‘잘’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내 생각에는, 혼자서 골똘히 생각해보는 경험의 유무와 관련 있지 않을까?”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무언가에 대해 주의 깊게, 깊이 생각하는 과정 중에 직관적으로 깨달아지는 느낌이 있다. 그 느낌을 발전시켜 누군가는 음악으로 또 누군가는 시각적 예술로 표현하곤 한다.
동시대성을 보다 폭넓게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각적 예술로 표현한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의 <데이터의 바다>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3,4 전시실 프로젝트 갤러리, 2022.4.29.-9.18)에서 열리고 있다. 테크노 음악과 같은 강렬한 음악과 현란한 영상을 앉거나 누운 채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독일 영화 거장 빔 벤더스(Ernst Wilhelm Wenders ) 조감독으로 일한 경험이 뎌해져서 일까(...) 내용적으로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게 한다.
슈타이얼은 일상 속 매일매일의 사건, 행위를 예술작품과 분리하지 않는다. 렉처 퍼포먼스 영상, 4 채널 비디오 설치, LED 스크린이 장착된 스캐폴딩(scaffolding) 구조물 등으로 구현된 그의 예술은 오늘날 기술기반, 데이터 기반 사회에 대해 질문하며, 깊게 생각하여 그 실제를 깨닫게 해주는 가상이다.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1966)은 디지털 기술, 글로벌 자본주의 등과 연관된 오늘날 가장 첨예한 사회, 문화적 현상을 영상 작업과 저술 활동 등을 통해 심도 있게 탐구해오고 있는 작가이다. 슈타이 얼에 대한 관심은 그의 책 <진실의 색 : 미술 분야의 다큐멘터 리즘>(Die Farbe der Wahrheit: Dokumentarismen im Kunstfeld, 2008, 한국어판 2019, 워크룸 프레스)를 통해서 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다큐멘터리는 “실제로 있었던 어떤 사건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상물이나 기록물”을 말한다. 다큐멘터리적 표현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 정보들은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전쟁과 주가 폭락, 소수 민족의 박해와 전 세계적 구호 활동을 일으킨다.”(...) 이제 다큐멘터리 이미지가 현실을 표현하는 대신, 현실이 다큐멘터리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지는 시대를 산다고도 말할 수 있다.
슈타이 얼은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2017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제9회 베를린 비엔날레, 뉴욕 현대미술관,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제12회 카셀 도쿠멘타 등의 단체전 및 케테 콜비츠 수상전, 런던 서펜타인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에인트호번 판 아베 미술관 등에서 주요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예술, 철학, 정치 영역을 넘나들며 미디어, 이미지, 기술에 관한 흥미로운 논점을 던져주는 시각예술가이자 영화감독, 뛰어난 비평가이자 현재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뉴미디어아트를 강의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 지난 2017년에는 해외 유력 미술전문지 ‘아트 리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데이터의 바다>, <안 보여주기-디지털 시각성>, <기술, 전쟁, 그리고 미술곤>, <유동성 주식회사-글로벌 유동성>, <기록과 픽션> 등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서 90년대 초기 영상 작품에서부터 최근까지의 슈타이 얼의 30여 년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영상의 시작과 끝 모두를 머물러 본 전시는 전시 1부 ‘데이터의 바다’이다. 이 전시에서는 <태양의 공장>(2015), <깨진 창문들의 도시>(2018), <미션 완료:벨란 시지>(2019), <이것이 미래다>(2019), <소셜심>(2020),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커미션 신작 <야성적 충동>(2022)에 알고리즘,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작품 형식과 내용에 담아 전 세계 곳곳의 일상을 지배하는 현실사회 다시 보기를 시도한다.
<태양의 공장>은 현 실세 게의 육체노동이 데이터 노동으로 치환되는 데이터 사회의 세계상을 담고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스튜디오 노동자들로 강요당한 그들의 춤 동작은 모션 캡처 슈트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컴퓨터로 캡처되고 데이터로 전환되어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에 활용된다.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이것은 현실이다’라는 영상 속의 대사처럼 데이터 공간은 노동, 경제, 환경, 정치를 둘러싼 현실상을 대체하는 대리 물이 아니라 이제 현실 그 자체가 되었다.
<미션 완료:벨란 시지>는 패션쇼의 무대를 연상시키는 장치와 렉처 퍼포먼스 영상 이미지가 상영된다. 여기서 슈타이 얼이 사용한 용어 벨란 시지는 명품 브랜드 ‘벨 란시아 가 적 방식’을 뜻한다고 한다. 즉 실제 상품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서 만들어지고 업로드되고 공유되며 일종의 무기화된 데이터 알고리즘으로 순환하면서 정치, 대중문화, 경제의 영역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 패션 테이터의 독특한 파급 현상을 일컫는다.
전시 2부 <안 보여주기-디지털 시각성>에서는 디지털 기술 기반의 감시사회 속에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 특히 사적인 데이터, 공적인 데이터가 모두 수집되고 등록되는 이런 시대에 “우리는 안 보일 수 있을까?”를 질문하며 “안 보일 수 있는 방법, 사라짐으로써 안 보이게 하는 방법, 이미지로 만들어진 세계에 병합됨으로써 안 보이게 되는 방법 등을 설명한다
전시 3부 <기술, 전쟁, 그리고 미술관>에서는 기술 유토피아에 의문을 제기하며 또한 다양한 사회 현상과 연동된 장소로서의 동시대 미술관의 위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전시 4부 <유동성 주식회사-글로벌 유동성>은 오늘날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모든 것이 끊임없이 이동하고 순환하는 사람, 자본, 사물, 정보의 ‘순환주의’를 컵에 부으면 컵 모양이 되고, 병에 부으면 병모양이되며, 형태를 버리고 흘러갈 줄도 충돌할 줄도 아는 물의 유동성에 빗대어 언급한다. 이러한 순환주의 자본의 유동성, 상품의 순환, 공장의 해외 설비, 인터넷 기반 정보 이동 등을 비유한다.
이번 전시의 마지막 5부 기록과 픽션에는 작가의 첫 영상 작업인 <독일과 정체성>(1994)부터 <비어있는 중심>, <바벤하우젠>, <11월> 등에 이르기까지 영상작품 5점이 전시되어 있다. 히토 슈타이 얼은 자신의 글 <실 잣는 여인들 : 기록과 픽션>(2008)에서 다큐멘터리에서도 구성과 자료, 가상과 현실, 신화와 창작이 계속 섞여 있음을 밝힌다. 현실에 대해 비로소 지각하게 되고 주어진 현실에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은 픽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슈타이 얼은 건설현장, 축제와 시위 현장, 공동묘지 등을 직접방문, 인터뷰와 리서치, 아카이빙 등을 통해 역사학자나 문화비평가의 시선으로 현실을 기록하고 재해석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L5WxWE-t6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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