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걷자... 끌로드 모네처럼, 시시각각 살아있는 풍경을 발견하자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끌로드 모네(Claude Monet)는 <루앙 대성당(Rouen Cathedral)> 정면을 30여 점을 그렸다. 분홍빛 새벽, 뜨겁게 타오르는 정오, 맑은 날, 흐린 날. 시시각각 빛의 미묘한 변화에 따라 자신의 눈에 달리 살아 움직이는 루앙대 성당의 시각적 인상을 아름답게 포착해 냈다.
같은 성당이지만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살아있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근데 왜 이렇게 쉬어도 몸이 피곤하지?"
내 말에 K는 "그게 무기력이야"라고 말했다.
"무기력이라고?"
"생각해봐 지금 보면 몸을 써서 뭘 하는 것도 아닐 테고 생각이 많아 힘듬이 있긴 할 텐데...
몸을 써서 몸이 피곤해지는 것만 아니라 정신적 무기력이, 감정적 무기력이 몸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거지 "라고 말했다.
"나는 걷기 산책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새벽시간이 좋더라고 말했다.
"새벽엔 생각이 더 많아질 수 있으니 되도록 저녁에 걸으면 어떨까?" K의 말을 듣고 보니 새벽에 걷는 것보다는 저녁에 걷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루틴을 정해 걷는 것은 저녁시간으로 하지만 간간히 마치 끌로드 모네처럼 삶의 풍경 속을 시간을 달리해서 걸어봐야지 생각한다.
해야 할 거라면, 좋아하는 거라면
그것이 무엇이든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꾸준함을 통해서 가치를 부여받는다
이른 아침 동이 틀 무렵. 세상의 빛이 은은하게 조금씩 살아난다. 계절에 따라 그 빛은 부드럽거나 차갑기도 하다. 낮시간 동안 붐비던 거리지만 새벽에는 사람들도 자동차도 드문드문 보인다. 운동을 하는 사람, 어디론가 바삐 걷는 사람, 일찍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풍경의 구성을 이룬다.... 비가 올 때도 같은 길을 나서본다. 바람이 불 때에도, 안개가 자욱할 때에도... 노을이 질 무렵엔 걸으며 계속 하늘을 바라보며 걷게 된다. 노을빛에 물든 풍경이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만 같아 잠시 걷지 않고 발걸음을 멈춘다. 내 마음에 천천히 노을빛이 밀려와 맺힌다. 노을은 하루의 고된 일과를 스르륵 사라지게 하는 재주가 있다.
레몽 드파르동은 그의 책 <방랑>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정적 순간은 없다. 일상의 순간뿐이다.
사막에서 걷고 생각하고 하다 보면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빗나간 것들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 내 마음에 불을 밝히면 최고의 풍경은 내 눈과 마음에 있다.
어떻게 걷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건강, 나이, 감정까지도 직관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날엔 주먹을 폈다 오므렸다, 앞뒤로 흔들면서 빨리 걸어본다. 오래 걸으면 나도 모르게 몸을 구부리고 걸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오른팔과 왼팔을 위로 높이 올려 마주 잡고 좌우로 조금은 과장스럽게 흔들며 걷기도 한다
“나는 왜 걷는가? “
”나는 어떻게 걷는가? “라고 나에게 묻는다. 걸어본 적이 있는지, 더 잘 걸을 수 있는지, 걷기를 통해 무엇을 이룩할 수 있는 지를 또한 생각한다.
지금까지 걷기는 나에게 '운동'이라기보다 '산책'이다
오늘도 걷기 산책을 한다.
오른발 그리고 왼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내 모든 감각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간다.
무심코 지나쳤던 매일의 풍경일지라도
마치, 끌로드 모네처럼 시시각각 변화하는 삶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풍경과 내가 하나가 된다.
온갖 생각들 사이를 빠져나와 마음에 작은 기쁨을 얻는다
풍경을 삼켜버린 안개속을 걷는다. 바로 눈앞 집도 사람도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야생적인 풍경에 감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