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1751 )>을 보러 갔다. 정확히 말하면 고 이건희 회장 기증 컬렉션 국립 광주박물관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2022.10.5.~2023.1.29> 전시에 나온 작품 중 하나인 진경시대 회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보러 간 게 맞다. 지난 4월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어느 수집가의 초대>를 바탕으로 기획한 첫 지역 특별전이다.
우리의 자연과 사회를 개성적인 미감과 화법으로 형상화한 진경시대(眞景時代). 이 시대는 숙종 대(1676~1720)에서 순조 대(1800~1834)에 이르는 약 150년간을 일컫는데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등이 대표적인 화가이다(2014 <진경문화>, 현암사. 145쪽)
진경(眞景)이라는 말은 ‘사실적 풍경’, ‘참된 풍경’ 같은 해석학적 의미 즉 조선시대 사실주의 회화의 진면목을 담고 있지만 진경의 본질적 의미는 당대에 대두된 시대정신 즉 자존적 주체의식의 일면, 주체적 회회를 보여주는 것에 있으리라
일흔여섯의 겸재는 자신의 집 주변인 인왕산 일대를 중심으로 한양 곳곳을 진경으로 사생해냈다. 1761년 5월 하순, 어느 여름날 오랜 비가 그친 후 인왕산은 그의 붓끝에서 사실적이면서도 생생하게, 마침내 아름답게 되살아났다.
쏟아지던 비가 만들어낸 폭포, 물안개, 물기를 머금은 바위는 묵직해 보이고,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 줄기들은 자유분방하다.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완성한 며칠 후 서로 시화를 나누던 겸재의 오랜 벗이었던 시인 이병연(李秉淵)이 정선의 곁을 떠났다. 정선이 그림을 그려 보내면 이병연이 시를 짓고 이병연이 시를 지어 보내면 정선은 그림으로 화답했던 친구였다. 친구와의 우정이 정선의 대담하고도 섬세한 붓질로 인왕산의 풍경으로 완성되었다.
겸재 정선의 <인왕재색도>
하나로 전시를 다 본 듯, 일점 호화 주의(一點豪華主義) 여운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어서 좋아하는 청자, 백자 등의 도자들을 슥슥 지나쳤다.
전시가 내년 일월까지이니 또다시 발걸음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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