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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 Mar 08. 2020

왜 자연을 알아야 돼?

자연을 배우고 알고 사랑하자!

나비가 개미 알을 먹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나는 사실 몰랐다. 아무튼 영국에서 갑자기 나비의 개체수가 엄청나게 줄었다고 한다. 영국 정부에서는 줄어드는 나비를 보호하기 위해 거금을 들여 나비가 사는 지역을 매입하고 울타리를 쳐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비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더란다. 엠즈 박사는 이를 연구했는데 아주 간단한 처방을 내렸다. 소나 양들을 풀어놓는 것이다. 초식동물이 풀을 뜯어먹으면 개미굴에 햇빛이 들고 개미들이 활발해지면 나비들이 다시 날아와 개미 알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바로 실행에 옮겼고 나비가 많아진 것은 물론 개미도 많아지고 농부들까지도 도움을 얻었다고 한다.

인간이 아무리 신약을 개발하고 AI를 발명해도 자연과의 공존을 무시하고 인간의 방법대로 자연을 훼손하면 싸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사피엔스 (고미숙 선생님 왈)는 갈 곳을 잃고 그 옛날의 누구처럼 멸종하고 말 것이다. 그것이 진화론자든 창조의 신비를 믿는 사람들이든간에 꼭 알고 믿어야 할 지구의 메시지며 우리 같은 범인(凡人)도 자연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이유다.


결혼 전에 나는 동물을 엄청 싫어했다. 사람을 제외한 모든 동물들을 혐오했다. 집에서 개를 키웠어도 한 번도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고, 좁은 개집에 갇혀 있는 것을 한 번도 불쌍하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고양이 같은 동물은 무서워서 집 앞에 있으면 들어가지도 못했고, 토끼를 키우는 친구에게 언제 잡아먹을 수 있냐고 진담 같은 농담을 했다가 친구 엄마한테 진짜 미움을 산 적도 있다.

그랬던 내가 2020을 살면서 동물 애호가 또는 환경 친화적 동물 보호 옹호가? 정도로 바뀌었다. 지금도 동물을 엄청나게 완전히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동물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 동물 복지 계란을 비싸도 왜 사 먹어야 하는지, 고기 소비를 왜 줄여야 하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더 이상 동물을 혐오하지 않는다.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털이 달리건 안 달리건 내겐 하등의 쓸모없는 존재였던 동물이 왜 괜찮은 존재로 바뀌었을까. 뉴스에 간간히 나오는 동물 학대범을 보면서 왜 분노하게 됐을까. 나름의 결론을 도출했다.


첫째는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아서 길러보다 보니 털만 안 났지 말도 안 통하고 동물과 닮았다. 뇌과학을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심리학 전공자도 아니지만 그냥 포유류의 일종인 내가 포유를 하고 나의 심장 절반쯤을 녹여 사랑과 정성을 생산해 나의 유전자를 가진 내 새끼를 돌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임을 인식하고 다른 동물들도 뭐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는 반려동물을 직접 길렀다. 어릴 때부터 집안에 개가 있긴 했지만 말 그대로 개라 방에서 뒹굴어본 적도 없고 원래 동물을 무서워하니 밥한 번 준 적 없어서일지도 모르고. 천성이 또 깔끔 떠는 스타일이라 어릴 때 코 흘리는 동네 친구들하고도 안 놀았다고 하니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게 웬일이여. 아들 녀석의 성화로 우연히 고양이 집사가 됐는데 오머나 내 다리에 문질문질을 비롯해 허벅지에 꾹꾹이를 하질 않나. 소파 뒤로 올라와서 머리에 원투 잽을 날리질 않나. 귀여워 너무 귀여워!! 결국 박 집사는 그냥 박사랑둥이가 돼버린 것이었다. 그 뒤로는 물고기도 귀엽고, 아들이 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받아온 헤엄치는 개구리도 귀엽고, 홈플러스에서 사 온 가재도 귀여웠다. 다 죽었다는 게 문제지만 ㅠ

마지막은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에서 남이 추천한 책도 읽어야 하는 고로 누가 환경이나 자연책을 추천하면 함께 읽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동물이 가진 나름의 습성, 그들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는 수많은 노력들, 나보다 더 어미 같은 그 동물들의 모성애, 사랑, 지혜, 철학 그리고 희생.



거미를 연구하는 영국 학자가 겪은 경험 중에서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거미를 한 마리 잡았는데,

거미 등에 새끼들이 올라타고 있었답니다.

어떤 거미인지 확실하지도 않고 해서 실험실에서 좀 자세히 살펴볼 생각으로 가져왔지요.

표본을 만들기 위해 새끼들을 붓으로 털어내고 어미를 알코올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얼마를 기다렸다가 어미가 안 움직이기에 죽었구나 생각하고 새끼들을 병에 넣었지요.

그런데 새끼들이 들어오니까 주은 줄 알았던 어미가 다리를 뻗어서 새끼들을 감싸 쥐고는 품에 안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너무나 아팠다고 합니다.

독극물 안에서 죽어가면서도 새끼를 끌어안고 보호하는 것이 바로 어미의 모습입니다.

최재천, <인간과 동물> p.288


백석의 수라라는 시에서도 엄마 거미와 새끼 거미의 생이별을 가엾이 여겨 둘이 한데 문 밖으로 내 보냈다는 부분이 가슴 저리다. 이렇게 내가 그 입장이 돼보니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간접으로나마 그 모습을 알게 돼 보니 동물은 징그러운 존재, 그냥 나와 달라서 혐오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어딘가가 나와 닮은 존재, 어쩌면 나보다 더 지구를 움직이고 유지하게 하는 놀라운 힘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요즘 핫이슈이자 가장 큰 걱정거리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다. 개인적으로 이 글을 얼마 후에 다시 읽을 때에는 이런 걱정이 싹 다 사라져 있었으면 좋겠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됐을 때 중국이 박쥐를 먹는 습관에서 왔다는 가설도 있었고, 중간 숙주가 천산갑이라는 천연기념물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천연기념물인 그 동물이 정력에 좋다는 낭설 때문에 무분별하게 포획하고 고가에 거래가 된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쩌면 이것은 인간에게 날리는 자연의 재앙이다. 비단 이것만 문제는 아니겠지. 무분별한 포획 문제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는 하다. 어쨌든 이제 인간도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지구 상의 모든 생물과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미 늦은 것이 아니기를...


그런 면에서 최재천 교수의 책 <인간과 동물> (궁리출판사, 2007) 은 참 좋은 책이다. 우리가 왜 동물과 공존해야 하는지, 그럼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를 제시해 줌으로써 실천에 옮기도록 유도한다.



그러기에 동물의 여러 가지 숨겨진 모습들을 재밌는 실험 결과로 흥미롭게 알려주는 이 책을 어른도 읽고 어린이도 읽었으면 한다. 어른이 읽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이제 알만큼 알았다면 연구나 개발을 목적으로 아무거나 잡아서 알코올에 담그는 일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최재천 교수님처럼 따뜻한 시각을 가지고 환경과 자연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담아본다.



우리에게는 공존의 지혜가 조금 부족한 듯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잇속대로 나무를 마구 잘라내고 동물을 죽이면서

스스로 환경의 위기를 자초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개미를 비롯한 여러 동물들에게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이들이 진화의 역사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공존의 지혜를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함께 살지 않으면 모두 멸망하고 맙니다. 우리 인간만 독불장군처럼 영원히 살 수는 없지요.

남을 배려해야만 우리도 사는 것입니다. <인간과 환경>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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