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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 Jun 06. 2020

책을 읽는다는 것은

왜 읽어야 할까

책이 왜 좋냐고 물어보면 늘 그렇게 이야기해 왔다.
'남의 인생을 합법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이제 와서 생각하니 남의 인생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인생을 돌아보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있지 않나 싶다.
내가 지금 어떤 위치에 서 있나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책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책을 내 앞에 두고 그 책의 마지막 장이 올 때까지 노력을 기울여 시간을 쓴다.
여기서부터 나를 알아보는 것이 시작된다.
 과연 나는 이 책을 끝까지 견딜 수 있는지, 견디고 난 후에 어떤 느낌이 남는지,
 더 알아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이 책을 지인에게 추천할 것인지 말 것인지.
모두 '나' 하고 떨어뜨려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므로 책을 읽는 것은 곧 '나'를 읽는 것이다.


독서에는 맛이 있다. 분명한 묘미가 있다.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입을 벌려야 하고 혀를 내밀어야 한다.
그런데 읽어보지도 않고 '나는 못 읽어.' ,

 '너는 대단하다 어떻게 읽니?'라고 물어온다면
일단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다고 한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시간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책 보다 더 큰 가치가 개인의 삶에 존재할 테니 핀잔을 줄 생각은 없다.
그렇다면 책 읽는 것을 즐기는 나에게도 부러움을 가장한 시샘의 눈초리를 날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진심으로 책 읽기를 소원한다면 글자 수가 많은 책이라도 탓하지 말고 일단은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래야만 맛이 있는지 없는지, 쓴 지 단 지 알 수 있을 테니까.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나를 돌아본 책은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이다.
이 책을 읽으며 책을 다독한다고 하면서도 의지박약이 되는 나의 현주소를 깨달았다.
독서모임 선정도서이기 때문에 반드시 읽어야만 했다. 그런데 읽는 게 너무 힘들었다.
문체가 가진 어지러움, 표현이 주는 폭력성들이 내게 너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알았다. 이 것이 전후 독일 사회를 비추는 사회반영적 소설이라는 것을.
또 알았다.

세계사적 배경지식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생각했다.

나는 왜 독일 전후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그렇다면 한국의 전후 사회는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하여,
내가 다음에 읽을 책은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로 결정되었다.
그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의 주소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기대도 되고 두렵기도 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있다.
그 책들은 때론 우연히 오기도 하고
내가 찾아 나서기도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를 찾으러 떠나는 여정이다.
알기 위한 것도 결국엔 '나'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다.
독서의 세계는 방대하지만
'나'를 알아가는 길 역시 광대하다는 것을 ,
그러므로 '나'를 잃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독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을
알려주고 싶다.



독서를 시작하고 지난달에 가장 많은 책을 읽었다.
책의 권수보다는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 많았다는 것에 스스로 감격하고 감동하였다.
때로는 그 속에 빠질까 두렵다.
오직 책 속에서만 나를 찾다가 터널 비전에 빠지는 건 아닐까 하고.
그래서 독서 후에 감상문을 꾸준히 적기도 하고
독서모임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한다.

누구에게나
약이 되는 독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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