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출석체크를

by 리다리

즐겨가는 온라인 독서카페가 있다. 사실은 살다시피 한다. 나랑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나와 다른 이야기를 쏟아 놓을 때 그것을 읽고 공감하는 일이 유쾌하고, 반감하는 일도 즐겁다. 어떤 문제에 대해 소란을 떨다가도 어떤 부분에서는 진지해지는 회원들을 볼 때마다 활기가 생기고, 별것도 아닌데 응원해주는 사람들, 조심스럽게 지적해주는 사람들도 다 좋다. 모임을 자제해야 하는 이때에 독서모임들도 다 취소되고 도서관도 휴관해 가지도 못하는데 이 곳에서 모이는 것은 아무런 위험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소통의 장이 된다.


그 카페에는 출석체크 게시판이 있다. 가입 초기에는 등급 올리려고 출석체크를 매일 꼬박했지만 요즘은 거의 않고 있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거나 다른 사람의 독후록을 살펴보는 것을 주로 하고, 간간이 이벤트를 열면 참여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출석체크가 하고 싶어 졌다.




지역 도서관이 거의 휴관을 했다. 처음에는 9일로 이야기됐던 휴관이 23일로 늘어났으며 그 후에도 미지수라고 사서에게 연락이 왔었다. 따로 연락이 온 것은 내가 도서관 소속 독서모임을 이끌고 있기 때문인데 이미 19일로 예정돼 있던 독서모임을 26일로 미뤄둔 상태지만 그마저도 미지수다. 우리 독서모임은 도서관 소속이다 보니 목록별로 3권씩 책을 지원받는다. 그 세 권을 회원들끼리 돌려보는데 그 책을 받으러 오늘 도서관에 갔었다.

해마다 그곳을 찾는 봄은 싱그럽기 그지없었다. 옆에는 야트막한 산이 있고 도서관을 끼고 공원이 있다. 앞쪽으로는 연못이 있고 근처의 나무들은 푸르다 못해 선연하다. 봄의 볕이 연못 가득 고이면 얼마 전에 막 걷기 시작한 아이들이 엄마 손 잡고 산책을 나와 물고기를 구경한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도서관은 셔터를 내렸고 주차장에는 빗물만 고였으며 동산에서 내려오는 할아버지들은 사라져 버렸다. 그 책을 가져오기 위해 사서의 도움을 받았다. 셔터가 반쯤 올라가고 그 안에 두 분이 서 계셨다. 나는 너무나 미안한 표정과 말투로 인사를 건네고 얼른 가서 책을 가지고 나와야만 했다. 도서관이 떠들썩할 리 만무하지마는 그래도 이 낯선 정적과 어둠이 두려웠다. 얼마 동안이나 우리는 이 곳에 올 수 없을까.





일하는 사무실과 같은 상가 건물에 약국이 있다. 몇 시간 전부터 선 줄이 줄질 않는다.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물량은 부족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줄을 서지 않으면 동이 나 버린다. 마스크가 생명줄이 된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가 먼저 사라져야 줄이 사라진다. 시민들은 저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부주의한 몇몇 사람들 때문에 집단감염 같은 게 연이어 뻥뻥 터진다. 이 시국에 왜 모여서 강좌를 여냐고 화내고 싶었다. 종교적 소신도 어느 정도는 자제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소리치고 싶다. 코로나 블루는 그냥 양산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 그래도 나는 아직 안전하다고, 그래서 감사하다고 어디에다 남겨두고 싶었다. 옆동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그 동네에 안 산다고 안전하다는 말도 아니고 여전히 좁은 집에 갇힌 것처럼 살고 있으며 학교 안 가는 아이 둘과 매일 다투지만 그래도 감사하다고, 내 옷 입고,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내 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고 적어두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은 출석체크를 했다.

온전했던 일상이 너무나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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