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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박 Sep 28. 2021

독서 반성문

2년 전에 [시의 힘]이라는 책을 추천받아 읽고 내내 궁금했던 책 [소년의 눈물]을 읽었다. 재일 조선인 2세 서경식 교수가 유년에 있었던 기억들을 당시 읽은 책과 관련시켜 들려주는 에세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에세이스트 상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무지와 오만을 반성하였다.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를 읽고서 서경식 교수의 어려웠던 일화들을 비교하며 리뷰한 적이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파친코와 엮이는 걸 보고 , '모든 재일조선인들이 파친코라는 쉬운 길을 택했겠냐'라고 막말을 하였던 것이다. 그때는 서경식 교수가 어릴 때 파친코에서 일한 줄 몰랐고, 재미교포가 쓴 재일 조선인 이야기에 반감도 있었던 모양이다. [소년의 눈물]에서 저자 본인도 파친코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야기하며, 일본에 사는 재일 조선인들은 법조인, 공무원은 절대로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돈을 벌려면 파친코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아, 나는 이 책을 먼저 읽었어야 했다. 이민진 작가의 책이 소설이라고 얕잡아 봤다. 아니, 이민진 작가가 재미교포라서 일부만 안다고 함부로 믿어버렸다. 독서인이라고 하면서 얼마나 아둔한지. (반성 많이 했다)

부끄러운 마음은  가지  있다. 예전에 중학생들 독서논술할  , 채만식의 <치숙> 읽히면서 화자이자 관찰자인 소년 '' 꿈이 '일본인이 되는 '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소년의 무지와 속물적인 모습이 비판 거리라고 가르쳤다.  서경식도 어릴  부모님이 부자가 아니라 '평범한 일본인' 이기를 간절히 소망했다고 한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치숙> 소년은 속물이 아니라 너무도 평범한 어린이였던 것이다. 일본인이 되는  그에겐 절대적인 꿈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생존의 문제다. 식민지의 소년이란 그런 것이다. 얼마나  중심 사고방식에 갇혀 있었던 걸까. 얼마만큼을 읽어야  아집이 깨어지는가.

태어나보니 국가가 부재한 어린 소년에게, 차별과 멸시가 매일 입은 옷처럼 들러붙은 아이들에게 평범이란 얼마만큼의 목마름인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멍청한 발언에 손가락질할 자격이 나에게 있을까? 어쩌면 나는 불쌍한 마음 이외에는 어떤 이해의 폭도 넓히지 않은 채 작품 속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

어린 서경식이 자라면서까지 가장 한스러웠던 것은 모국어의 부재였다. 조국 산천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아버지의 고향을 방문했지만 언어의 장벽에 막혔다. 엄마 품을 예상했지만 낯설고도 생경했다. 본인 성이 '서'인데 일본어 발음에는 '서'발음이 아예 없어서 '소'와 '세' 사이 발음을 연습해야 했을 정도였다.

나는 모국어로 충분히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음에도 게으름 피우고 산 게 아닌가 싶어 그 또한 반성하였다. 절절한 그리움에 가슴이 아프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인정받기 어려운 삶, 역사가 버린 민족 디아스포라. 여전히 어렵게 살아가는 재일 조선인에 대해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하게 된다. 어린아이의 눈물은 언제 마를까.​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 군이 존재한다. 책을 읽으며, 존재하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부유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안정된 국가의 다수민족으로 살고 있어서 감사하노라 감상만 하기엔 미안하고 부끄럽다. 속속히 도착할(그리고 하고 있는) 이민족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반드시 달라져야 함을 느낀다. 반성을 실천하기로하니 또 한 번 심장이 간질간질하다.



•함께 읽어볼 책 추천

[지니의 퍼즐] 최실

[파친코] 이민진

[시의 힘] 서경식

[우리가 잃어버린 천재 화가 변월룡] 문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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