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보도되는 정치인 아무개 씨의 개념 없는 발언들. 그의 망언과 이상한 행보도 충격적인데 가족들도 늘 도마에 오르니 볼 때마다 혀를 끌끌 찬다. 상대편이라고 다르지 않다. 정말 국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기는 할까 마스크 속에 숨은 얼굴을 투시해본다. 눈은 작게 째진 채로.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나라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심지어 그중 누군가를 결국 내 손으로 투표해 최고 위정자로 삼아야 한다니 이 나라의 미래가 내게 달려 있는 것 같아 노심초사다. 둘 다 싫은데 누구를 뽑냐고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마찬가지의 푸념. 왜 둘이냐 다른 사람도 살펴보자 싶다가도 거대 정당을 소수의 그것이 뒤집지 못하는 것을 오랫동안 바라본 터라 다른 희망은 걸지 않는다. 결국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투표권을 행사치 않을 수는 없고 뉴스 속 행보는 날로 심각해지니 복장만 터진다. 결국 시간이 되면 나라에서 지정해 준 장소로 가서 내가 당신을 인정합니다라는 빨간 도장을 빼 들어야 하는데 난 어디로 가야 하지?
오늘 독서모임을 했다. 선정도서에서 정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요즘 정치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또 우는 소리를 했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팁 좀 달라고.
그때 한 회원이 말했다. 그래서 공부해야 한다고. 그 사람에 대해 좀 더 세밀한 레이더를 세워야 한다고. 언론이 떠 먹여주는 대로만 받아먹고 있으니 헷갈린다고. 맞아, 모르니 5리도 무중일 수밖에.
사람들이 공감하듯 덧붙였다. 알면 좀 더 선택이 쉬워진다고, 모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래도 더 좋은 일을 하고자 한 가지라도 애쓰는 사람에게 한 표를 던지라고. 그게 후회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몇 가지 단점만 보면서 대단히 확고하게 일반화해버렸다. 눈에 띄는 헤드라인 몇 개 클릭해 대충 읽어보고 한숨짓는 거 외엔 한 게 없다. 아, 정말이지 난 공부하지 않았구나. 부끄러웠다.
가끔 특별하고 신선한 곳에 가서 밥 먹고 싶다. 외식이 잦아지면서 동네의 음식점은 거기서 거기고, 배달도 식상할 때 거리가 좀 있더라도 굳이 찾아가 기분을 내고 싶다. 그럴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검색이다. 요즘은 해시태그가 유행이라 SNS 검색창에 그럴듯한 해시태그를 써넣으면 알고리즘과 GPS가 나를 괜찮은 정보의 세계로 안내한다. 범위를 좀 좁혔지만 그래도 고민되는 건 마찬가지. 몇 개의 가게와 음식의 상세 리뷰 뒤적거리며 맛은 물론, 전경과 인테리어, 주차와 나머지 편의까지 검색한다. 완벽히 숙지하고 나서는 보무도 당당하게 맛집을 향해 걷는다. 때론 그게 과대광고 이거나 눈속임 상술인 바람에 실망도 하지만 어쨌든 알고 간 것과 모르고 간 것의 차이는 크며, 만족도의 간극을 줄이려면 결국 내가 가서 경험하는 수밖에 없단 걸 점차로 깨달았다. 생각해보니 한 표를 던지는 일도 맛집 탐방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너무 기대하는 것은 지양하자. 우선 잘 알아보자. 이 사람 저 사람 의견을 듣자. 하지만 결국 선택은 나의 몫이니 좀 더 시간을 들여 면밀히 검토하자. 투표도 비슷하지 않을까? 신중과 냉철은 반찬처럼 얹어두고 그 후보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어떤 빈축을 사고, 어떤 칭찬을 받았는지 스스로 떠먹어 보자. 실패를 줄이기 위한 공부를 하다 보면 나도 비판적 시각으로 보다 괜찮은 위정자를 골라낼 수 있을테니까!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원래 최악을 먼저 골라 떨어뜨리는 게 선거라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좋아하면서도 정치에 있어서는 알려고 조차 하지도 않았던 나야말로 최악이었다. 이웃 사랑은 좌우명처럼 떠들며 정작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았던 나는 반성문 100장 쓰는 기분으로 공부를 결심했다. 뽑을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뽑을 줄도 몰랐나 보다고 시인하였다. 이제부터 공부해야겠다. 밤낮없이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시험날을 기다리듯 나도 소중한 표를 행사할 그날을 기다리면서!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 -막스 베버 *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