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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재 Feb 17. 2022

생각이 몸을 만든다

'프로젝트 리버스'

  “프로젝트 리버스”에 자원하여 특수 혈청을 맞고 모든 능력을 인간의 한계까지 끌어올린 초인, 캡틴 아메리카처럼 나도 한순간에 멋진 몸을 가지면 좋으련만. 의 항상성은 시간을 허물 줄 몰랐고 되려 나의 인내심을 끊임없이 시험했다. 고갈되어가는 인내심을 발 끝까지 긁어 모아 다이어트에 매진했지만 아랫 뱃살은 끝내 최후의 보루를 자처했다. 하복부의 피하지방이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겉으로는 날씬해 보였지만 정작 벌거벗은 내 은 현대인들이 다행히도 옷을 입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고마워하게(?) 만들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유지어터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최후의 보루를 함락할 수 있었던 건 운동도 식단도 아닌 생각의 변화였음을 새삼 많은 분들께 외치고 싶다.


생각을 바꾸면 살이 빠져요!

건강한 신념이 건강한 몸을 만든다


  다이어트 심리학자 캐런 R 쾨닝은 심리적 섭식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인지심리치료 기법을 동원했다. 생각이 감정을 만들고 감정은 행동을 만드니까, 잘못된 신념을 발견하고 올바른 신념체계를 확립하면 올바른 생각으로 섭식행동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섭식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단순히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감정 관리 법을 터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행위의 앵커가 되는 신념까지 고려했다는 점은 수많은 다이어트 경험에 비춘 지난날의 고통을 떠올려 보았을 때 십분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이 몸을 만든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저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생각의 이면에는 사고의 을 좌우하는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신념은 경험, 교육, 환경 등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굳어지기 마련인데, 뇌과학에서는 심층 변연계로, 인지심리학에서는 사고의 경향성으로, 철학에서는 사고화 과정으로, 종교에서는 믿음으로, 어머니는 고집으로 표현한다. 신념은 마치 '생각의 안내자'와 같아서 내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실상 내가 품고 있는 신념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같은 상황, 같은 시간 속의 두 사람이 왜 다른 반응과 다른 생각을 하는지 묻는다면 신념의 차이라고 간단하게 답 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념은 삶의 모습을 결정하고 문제에 대한 태도와 해결 방향, 심지어 별로 필요 없는 뱃살까지도 만드는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즉, 신념을 바꾸면 삶의 모습과 문제가 달라지고 뱃살은 저절로 빠진다.


 그러면 살이 저절로 빠지는 건강한 신념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사람은 컴퓨터가 아니니 스위치를 껐다 키는 방식으로 단숨에 생각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완벽하게 건강한 신념을 가지기도 어렵다. 다만, 건강하지 못한 신념을 발견하고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아주 크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준비기에 다이어트에 영향을 주는 신념들을 점검해야 한다. 아주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 운 좋게 살을 뺏다고 하더라도, 불건전한 신념이 그대로면 집 나간 살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하자.

 

⊙ 음식과 운동에 대한 대표적인 잘못된 신념 몇 가지
#든든히 먹어야 해
#끼니를 거르면 안 돼
#음식은 남기는 거 아니야
#단짠단짠으로 스트레스 풀자
#식사는 깨작깨작하지 말고 팍팍 먹어야 해
#알 배겼으니 다 풀릴 때까지 쉬자
#운동만 열심히 하면 살 빠져
#운동은 다이어트 기간에만 하면 돼
#상체운동만 해도 돼
#운동은 고통스러워
#이쯤 운동했으면 충분해


음식에 대한 올바른 신념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중

  살을 찌게 만들고, 못 빼게 만들고, 다시 찌게 만든 잘못된 신념을 발견만 하면 정말 반 이상은 성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인지만으로도 생각은 이미 조금씩 변해가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잘못된 신념을 발견했다면 올바른 신념으로 수정해 보자. 양심과 상식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올바른 신념을 떠올릴 수 있다. 가령,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는 신념은 '보관하고 나중에 또 먹자'나 '먹을 만큼만 준비하자'와 같은 비교적 건전한 신념으로 수정할 수 있다. 만약, 올바른 신념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면 반대로 생각해보면 한결 쉽다. '운동만 열심히 하면 살 빠져'와 같은 신념은 정 반대로 '운동만 열심히 해서는 살 빼기 어려워'로 바꾸면 된다.


  신념 수정까지 마쳤다면 이제 행동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 올바른 신념으로 출발해서 행동까지 도착해 보는 거다. 마음 근육이 아직 적응하기 전이라 레이스가 순탄하지않더라도 한 두 번의 성공은 올바른 신념을 강화할 것이다.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잊지 말자! 셀프 허그도 좋은 방법이다.


셀프 허그의 좋은 예

나의 생각을 믿지 말아라


  우리가 은연중에 신념을 강화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의 생각을 진실이라고 믿는 본능 때문이다. 내 머릿속에서 생겼으니까, 내가 하고 있는 생각 뒤에 따라오는 생각이니까, 좀처럼 거짓으로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이상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때로 펙트 체크가 필요한 생각도 있다는 것을 고심해 봐야 한다. 내가 하는 모든 생각이 거짓은 아니지만, 모두 진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자기비판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다이어트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말이다.


  다이어터라면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할 녀석은 바로 '가짜 배고픔'이다. 식후 3시간 이내의 혈당강하는 시시때때로 가짜 배고픔을 유발하는데 '출출하다'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곧이어 간식을 집어 든다. 그리고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가짜 배고픔이 왔을 때는 음식을 갈망하는 생각 자체를 아예 부정하고 잊어버리면 가장 좋다. 아니면 행동으로 이어지는 선택의 길목에 여러 개의 생각을 추가해서 가짜 배고픔이 지나가도록 시간을 벌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출출하다' → '꼭 먹어야 하나?' → '정말 배고픈가?' →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 → '굳이 먹어야겠니?' → '진짜?' → 'Really?!'.


가짜 배고픔에 패배할텐가?


  다만, 생각을 부정하는 것과 의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그동안 하지 않았던 운동을 갑자기 하는 바람에 컨디션이 아주 나빠진 경우에는 당연히 운동을 하러 나가기 싫을 수도 있다. 그때는 운동을 하기 싫다는 생각을 부정하기보다 한 번쯤 의심해 보기를 추천한다. 왜냐하면 정말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몸의 신호를 아예 간과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쉴 때는 쉬어야 하니까.


  [생각의 오류]의 저자, 토머스 키다는 '네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믿지 말라'라는 다소 과격한 제안을 했다. 무언가를 믿기 전에 증거를 쫓는 진정한 회의주의자가 되라는 것이다. 다이어트가 필요하게 된 지금의 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동안 쌓아온 신념들에 대해 회의주의자가 되어 보는 게 어떨는지.





인지는 최고의 다이어트 보조제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엘렌 랭어 교수팀은 인지 생리적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호텔에서 근무하는 메이드를 대상으로 한 다음의 실험은 유명하다.


  A 그룹에게는 각 업별 시간당 칼로리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하게 설명해 준 반면, B 그룹에게는 실험에 참여하는 방법 이외에 별다른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한 달 후, A 그룹의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체중, 체지방이 감소하는 등 건강지표가 좋아졌으나 B 그룹의 사람들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연구의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A 그룹의 사람들은 자신이 주로 하고 있는 일이 그토록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더 활동적으로 행동했거나, 연구진들의 기대나 연구 목적에 부응하고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전보다 더 건강한 생활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생각이 생리적 변화를 일으켰다기보다는, 생각이 행동의 변화를 가져와서 신체가 변화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표본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이론으로 보기에는 섣부른 면이 남아있다. 그래도 여전히 흥미로운 실험이다.


  다음의 실험은 앞선 실험과 달리 좀 더 생리적 변화가 극적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2주에 걸친 실험에서, A 그룹에게는 2주 차에 1주 차와 동일하게 다이어트 셰이크를 주면서 고칼로리 셰이크라고 속였고, 마찬가지로 B 그룹에게는 고칼로리 셰이크를 주면서 다이어트 셰이크라고 속였다. 다이어트 셰이크와 고칼로리 셰이크는 맛, 향, 식감, 색깔 등이 동일해서 구분하기 쉽지 않다.


셰이크 실험 정리


  이 실험에서는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 호르몬의 수치를 연구 지표로 사용했는데, A 그룹의 그렐린 수치는 B 그룹에 비해 3배나 낮았다. 즉, A 그룹은 고칼로리 셰이크라고 인지했기 때문에 실제로 다이어트 셰이크를 먹었더라도 식욕이 줄어든 것이다. 왜냐하면 칼로리에 대한 부담이 섭식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위의 두 사례처럼 단지 인지만으로 생리적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은 정말 흥미롭다. 그래서일까, 감량기 내내 영양학을 공부했던 나는 비교적 자연스럽게 쓰레기 음식을 피하게 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하는 만큼 다이어트 실력이 달라진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다이어트에 영향을 주는 환경, 심리, 신체, 영양, 행위에 대해 알면 알수록 다이어트 고인물이 되어가는 건 기분 탓이 아니었다. 인지하기 시작하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별다른 마찰과 고통을 경험하지 않더라도 다이어트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프로젝트 리버스'다.






※ 이미지 출처

표지 : https://veritusgroup.com/wrong-thinking-about-major-gifts/

1 : https://veritusgroup.com/wrong-thinking-about-major-gifts/

2 : https://www.google.com/url?sa=i&url=https%3A%2F%2Fdrcolville.com%2Ffront-page%2Forthodontic-speci

3 : https://medium.com/publishous/jill-reid-put-an-end-to-your-food-cravings-c68d76c30c0f

4 : 자체 제작

※ 동영상 출처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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