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소설] 너를 죽이는 완벽한 방법#3

How to kill you, in prison

by 김도영

씬# 살인마의 집앞


"얼마 전, 이 지역 일대를 공포에 떨게 했던, 연쇄 살인범이 드디어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범인은 수년 전 신문에도 실렸던 사업가 A 씨로, 사업 실패 이후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길거리를 전전하다 가정집에 침입해 살인을 저지르고-"


이 살인마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사이코패스들처럼 치밀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삶을 비관하는 실패한 루저 인생인데, 그 분노의 칼끝을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을 향해 겨눴던 것이다. 도경의 집은 아무 이유도 없이 단순히 그의 눈에 들어서 범행대상으로 지정됐던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냥 묻지 마 살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살인 동기가 어찌 됐든지 간에 상관없이 도경은 이제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살인마의 체격은 평범했다. 175 정도의 키에 삐쩍 마른 몸매. 오다가다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그의 검거 사실을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평범한 사람들 속에 섞여 이 사람이 이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자라는걸 쉽사리 믿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고맙게도 한 포털사이트에 그의 신상정보가 올라왔다.


달도 잠들어 있을 야심한 새벽. 도경은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주소로 걸음을 옮겼다. 가방에는 그를 제압할 마취제와 끈, 청테이프, 망치 등이 담겨져 있다. 지만 그가 사는 곳이라고 알려진 그 집은 텅 비어있었다. 그는 도망우려 등의 이유로 아직 경찰서 유치장에 있었다. 사실 아직 경찰서 유치장에 있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혹시나 그의 약점을 잡을 수 있는 흔적이 살던 집에 남아있을 수 있어서 탐문 차원으로 이 집에 침입을 한 것이다. 다음날 가장 가까운 부동산에 물어보니 하지만 이 집은 지금 그가 살던 집이 아니었고 이사간지 벌써 1년 이상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도경은 최근까지 그가 살던 집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의 집에 가족이 있다면 더 좋았다. 도경은 그의 가족을 인질 삼아 그에게 경찰서에서 탈주를 하라는 압박을 할 생각이었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으라고 협박을 할 생각이었다. 자신이 생각해낸 고문방법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 같아 보였다.


"여보세요. 주민센터죠?"


도경은 그의 최근 집주소를 알아내기 위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저 000 씨 동생 되는 사람인데요. 형님이 요즘 연락이 통 되지 않아서, 최근 이사를 했다는 집주소를 좀 알 수 있을까요?"


"동생분이 시라고요? 죄송한데 아무리 가족 분이라 하셔도 개인정보를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주민센터 주무관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최근 가족을 사칭한 스토커에게 피해자의 주소를 노출해서 살인사건에 이르게 된 사건이 있었다. 담당 주무관은 중징계를 받았고 그 이후 개인정보 보호 강화 공문이 전국 주민센터에 게시되어, 본인이 아니면 개인정보는 절대 알려줄 수가 없다고 했.


"여보세요. 경찰서죠? 00 신문사 기자입니다. 혹시..."


이번엔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다. 그의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면회가 가능한지도 궁금했다. 하지만 아직 경찰에게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이 경찰서에는 그가 이 사건의 피해자인 것을 알고 있는 경찰이 있다. 도경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우리 집에 도착한 형사 두 명이 주고 간 명함을 꺼내 들었다. 한치운 경감과 이정우 경위.

훗날 엄마를 살해한 살인마. 그를 제거했을 때 의심받는 상황을 만들기 싫었다. 모든 리스크는 최소화해야 했다.


"수사 진행과정 및 개인정보 사항들은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도 개인정보보호가 문제였다. 그러니깐 지금의 도경의 신분으로는 그 어떤 정보에도 접근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다 달았다. 뭔가 조치가 필요했다. 그에게 가장 접근하기 용이한 방법은 무엇일까? 실제 신문사에 취업해서 기자의 신분으로 경찰서에 들어갈까. 아님 아예 경찰공무원이 될까. 경찰행정학을 전공한 터라 1년만 시험에 투자하면 합격은 문제없을 거 같았다. 아니면 시민들의 개인정보접근에 용이한 시청 공무원? 하지만 어떤 것을 선택해도 도경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이 지나면 살인마는 구속이 될 것이고 그를 마주할 기회를 다신 잡지 못하게 될 것이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그러다 도경의 머리에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우연히 밀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알아낸 아르키메데스처럼 손바닥을 딱 부딪히며 '유레카!'를 외쳤다.


그래. 내가 직접 그를 만나러 가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스릴러 소설] 너를 죽이는 완벽한 방법#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