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소설] 너를 죽이는 완벽한 방법#2

How to kill you, in prison

by 김도영

씬# 현장에서 경찰서로 복귀하는 차안


연이은 스쿨존 방지턱에 낡은 흰색 세단이 들썩인다.


"경감님, 어떻게 생각해요?"


살인사건 현장에서 경찰서로 복귀하는 이정우 경위가 한치운 경감에게 묻는다. 한 경감은 묵묵부답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수염, 현장에 어울리지 않는 수트 차림. 20대에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간부로 임용된 한치운 경감. 최근 결혼을 닥달하는 가족들의 등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데 이런 언론의 집중을 받는 살인사건 발생까지... 한 경감은 아직 30대 후반밖에 안된 자신에게 결혼이란 인류 중대사는 아직 먼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족이 살해당하는 사건들을 마주 할 때, 자신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자신은 도저히 그 슬픔을 감당할 수 으리라. 현장을 본 한 경감은 의아했다. 목격자는 없고 살해당한 여자는 의식을 치르듯이 양손을 고이 포개 모아 누워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유일한 남자는 현관문에 들어서자마자 둔기에 맞아 기억을 잃고 신체의 일부를 훼손당한 채로 현장에 남아있었다.


"뭘 어떻게 생각해요. 살인사건이지."


"에이~경감님, 경감님도 지금 직감하고 있죠? 이건 보통 살인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정우 경위는 한껏 상기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범행 수법, 시그널, 평범하지 않은 사건 현장, 이정우 경위는 이번 살인사건이 연쇄살인범의 수법이라 직감했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상사를 모시고 운전대를 잡은 그였지만, 큰 건 하나 해결해서 자신도 특진의 영광을 누리기를 고대했다. 그리고 경찰생활을 하면서 한 번쯤 수사해보고 싶었던 연쇄살인사건. 평소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이정우 경위는 자신의 공직생활 중에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연쇄살인마를 잡아들이는 것을 항상 꿈꿔왔다.


"연쇄 살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만은 없죠. 경위님도 알잖아요.

살인 사건의 경우 그 가족이 범인일 수 있다는 것을-"


살인 사건의 많은 경우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범인인 경우가 많았다. 아내가 죽으면 남편이 제일 먼저 용의 선상에 올랐고, 부모가 자식을, 또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사건들도 종종 발생했다. 그만큼 가족이라는 명분은 피해대상을 안심시킬뿐더러, 가장 손쉽게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매개체였다.


"경감님은 그 아들이 범인 같으세요?"


아들이 범인이라고 단정 짓기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 깨어나서 허겁지겁 피해 여성을 찾아 나선 흔적들, 족적, 정수리 부분의 골절, 특히 절단된 그의 귀를 보고 일단은 그를 용의 선상에서 제외했다. 아직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최근 귀를 절단해 가져 가는 살인사건이 또 일어났다는 걸 한 경감은 알고 있었다.


"이제 언론에 보도 되겠죠. 한동안 대한민국이 또 시끄러워지겠어요."


한 경감은 보조석에 창문을 열고 외투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놈의 담배. 올해는 꼭 끊으리라 다짐했지만 이번 살인사건의 조짐을 보아하니 당분간 집에 들어가기는 틀렸다. 동안은 이 담배와 함께 긴 밤의 끝을 잡고 늘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경찰서 주차장에 들어섰다. 한 뼘가량 열린 창문 밖으로 뿌연 연기가 흩날렸다.



씬# 살인사건 이후 도경의 집


이 지역에서 두 번째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살인범의 범행 수법은 잔인했습니다. 살인범은 흉기로 살인을 하거나 신체의 일부를 훼손시킨 후 도주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했다며-


같은 수법으로 살해당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자, 앵커의 입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TV와 라디오를 통해 송출됐다. 도경은 소파에 앉아 그 뉴스를 들으며 엄마를 살인한 저 놈이 또 살인을 저지를 것이란 걸 확신했다.


저놈이다.


분명 피해자의 신체 일부를 훼손하여 모으는 정신병자일 것이다. 하지만 저놈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티 테이블 위 노란색 포스트잇에는 그 살인마를 잡고 나서의 자신의 행동들이 적혀있다.


1. 한적한 시골 단독주택을 두 달간 임대한다.

2. 의심받지 않게 지금부터 한 달, 두 달 텀으로 톱과 염산, 락스, 밧줄, 주사기 등을 구입한다.

되도록 현금으로 구입하고 일정기간에 몰아서 한 번에 구입하는 건 피해야 한다.

3. 차 트렁크에 그 살인마를 싣고 임대받은 자신의 아지트로 도착해서

구입한 청테이프와 밧줄로 그의 몸을 단단히 묶는다.

4. 그가 마취에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린다.

마취에서 깨어난 그의 신체를 하나씩 절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체 처리방법까지.


도경은 엄마가 살해당한 후로 집 밖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다. 잔인한 고문방법과 그에 필요한 준비물, 사체 처리방법들을 인터넷에 검색했다. 성인인증절차를 거치자 필요한 정보들이 상세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가 어디에 사는 누군지, 그것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경찰보다 먼저 그 살인마를 찾아내면 좋겠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결국 도경은 경찰이 그 살인마를 잡으면, 그 이후에 그를 잡아 죽이는 방법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하지만 그의 검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도경의 마음은 피폐해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이 들 때쯤


드디어 그 사이코패스가 검거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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