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나 Sep 29. 2019

오늘도 못난 자식은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5

장기기증에 대하여

언제부터였을까.

세상을 말하는 뉴스가 비극으로 북적대는 것은.

어디 공장이 폭발했고, 버스가 전복됐고,

친구를 폭행하고, 부모를 죽이고, 자식을 패고,

죽고, 다치고, 경제가 어쩌고 저쩌고.

거지같은 소식들만 내내 흘려보내다 끝이난다.

세상이 왜 이러나.

나는 왜 이렇게 사는게 힘이 드나.

싶다가 최근 인터넷에서 가슴 찡한 기사를 봤다.

중학생 남자아이가 오토바이를 타다 교통사고 후 뇌사 판정을 받았는데, 가족의 의사로 주요 장기들과 피부조직을 기증했다는 소식이었다.

이 아이는 전교 1등으로 판사 꿈을 꾸었고,

착한 사람을 돕고 싶다는 정의를 외쳤다고 한다.

'왜 항상 좋은 사람은 빨리 떠나는가'라는 근거없는 속설을 부정할 수 없는 애석한 일이었다.


<기사발췌>

"누군가를 살리고 그 몸속에서 다시 살아 숨 쉰다는 걸 믿고 하루하루 살아갈게.”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말이었다.

슬픈 현실이지만 한편으로 냉정한 생각도 들었다.

명석하고 운동 잘하고 인성까지 좋은 젊은 장기를 누군가 기증받을텐데 그 사람 복받은 사람이겠다. 기약없이 캄캄한 날을 보내며 장기를 기다렸을텐데. 미안하지만 너무 고맙겠다는 그런 생각.


<기사발췌>

아빠 가슴에 있는 아들을 평생 잊지 못 할 테지만 많은 이를 살리고 떠났기 때문에 ‘괜찮다, 괜찮다’ 버틸 수 있다."


자식 잃은 부모 심정을 차마 다 헤아릴 수 없겠지.

고통을 기부로 결정한 가족들이 대단했다.

이런 결정으로 버텨내겠다는 슬픔이 와닿았다.

요즘 쉽게 접할 수 없는 따듯한 기사였다.


쇼파에 앉아 휴대폰 하고있는 엄마에게 보여줬다.

"어이구 세상에 끔직해라! 뭐가 감동적이냐? 아직 자식이 살아있는데!"

"살아있긴 뭘 살아있어, 뇌사 상태라잖아"

"심장이 뛰고 있잖아. 그럼 죽은게 아니지!"

"뭐래, 아니 그럼, 내가 뇌사에 빠지면 죽은게 아니니까 병원에 둘거야? 그 병원비는?"

"집에 데려와서 보살피면 되지, 못할 게 뭐가있어."

"날 거실에 눕혀놓고 뒤치다꺼리를 하겠다고?"

"그럼!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데."

"귀찮게 그런걸 어떻게해, 절대 그런 짓 하지마."


대화는 의식의 흐름을 따라 투닥거리로 빠졌다.

그녀는 뇌사를 의학적 판단에 따라 사망으로 구분짓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고, 장기기증이라는 행위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다. 그녀의 솔직한 태도가 답답하다고 지적하는 게 아니다.

이 기사를 읽고 감동으로 눈을 붉힌 나는 과연?

이런 행위가 숭고한 의식이고 쉽지 않은 결정이며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있는데.

'좋은 일'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는 과연?

훗날 내가 사고가 난다면, 기사같은 일이 생긴다면.

장기를 싣고 급히 떠나는 엠뷸런스 뒷모습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 오늘도 못난 자식은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