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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Jul 10. 2022

지쳐도 천성은 변하지 않아

밤에 읽는 수필.09

코로나로 지난 3년간 인적 끊긴 숲 속

청수곶자왈 반딧불이를 만나려

오물을 덮어 고개가 꺾인 채

두 발을 질질 끌고 노크없이 침입했다


혜안을 쫓으면 심혈관을 뚫을 수 있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발광 찾아 행진하는 개미떼가 되어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일찍이 홀로 태어난 반딧불은 밝은 달을 항해하고

앉은뱅이 반딧불은 기로 선박하라 부른다


10년간 사회에 버물려 속 된 나는

무엇이 반딧불이고 달빛인지 알 길이 없다

출구에서 홀로 남아 지나 온 길 되돌아보니

오물은 흘러내려 거름이 되고

혈전은 녹아내려 이슬이 되고

나는 다시 내가 되었다


수많은 반딧불이 깜박이며

어린 쇠똥구리야, 너의 똥을 굴려라

친 그대여 또 오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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