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도 천성은 변하지 않아
밤에 읽는 수필.09
코로나로 지난 3년간 인적 끊긴 숲 속
청수곶자왈 반딧불이를 만나려
오물을 덮어 고개가 꺾인 채
두 발을 질질 끌고 노크없이 침입했다
혜안을 쫓으면 심혈관을 뚫을 수 있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길을
발광 찾아 행진하는 개미떼가 되어
묵묵히 걷고 또 걸었다
일찍이 홀로 태어난 반딧불은 밝은 달을 항해하고
앉은뱅이 반딧불은 여기로 선박하라 부른다
10년간 사회에 버물려 속 된 나는
무엇이 반딧불이고 달빛인지 알 길이 없다
출구에서 홀로 남아 지나 온 길 되돌아보니
오물은 흘러내려 거름이 되고
혈전은 녹아내려 이슬이 되고
나는 다시 내가 되었다
수많은 반딧불이 깜박이며
어린 쇠똥구리야, 너의 똥을 굴려라
지친 그대여 또 오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