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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Jul 12. 2022

어리지만 안식년 입니다

밤에 읽는 수필.10

나는 그리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다.

주로 마포를 가고, 강남과 용산, 남양주를 쏘다닌다

여행을 좋아해서 강원과 제주를 훌쩍 떠난다

우드로 된 내부와 주광색 카페를 선호하고

자그만한 10년형 경차로 한강대로를 달리며

고속도로 진입로를 거치면 이대로 떠나고만픈

즉흥파다


문예창작과를 다녔으나 진정한 문예창작 지향점은 정규교수와 나랑 달랐고, 언젠가 다시 그 학교로 돌아가 단 한 번이라도 강연을 하게 된다면 '니들 수업은 다 가짜야! 당장 치어리더에 가입해!' 파괴자의 꿈을 가졌다.

(교수가 '치어리더 동아리에 들면 무조건 내 수업은 F야. 글쓰는 사람이 무슨 춤이야? 난 저 동아리 없애버릴거야.' 했는데, 난 들고팠다..)


20대 땐, 겉으로 드러내는 '나 좀 잘났어' 순탄대로 떠들어대는 그들을 대단하다 여기며 '나는 한낱 미물에 불과하구, 어학연수 준비하는 얘들은 재산이 많구나.' 얼큰달큰 흥 오르는 술자리에 슬쩍 위축 된 채 막차로 일찍 일어나는 경기도민이었다.

허세를 배워 '세상은 허세가 짱이지!'

허세와 맞서는 가식도 만들어 시도 해봤다.


자살률 1위로 생겨난 마포대교 난간에 적힌 문구와 멋진 여의도 야경을 보았다. 년 뒤, 260번 버스를 타고 교육 들으러 한강 다리 건널 때마다 '나도 이젠 여의도에 속한 사람' 부푸는 동경을 끌어안고 살았다.

그러나 출세 못한 수많은 쟁이 한강대교 떠도는 이무기라 불린다는 걸 알게 됐다.

화려한 야경을 비추는 대교 아래 강물은 언제든 나의 어둠을 단숨에 삼키 씨꺼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는 포도 알게 되었다. 

해가 쬐는 맑은 어느 날이었다.

작품이 엎어지니 마니, 불행의 연속이 일 년을 지나 마지막 즈음 때였다. 잠시 타의로 작업실을 벗어나 한강공원에 걸터 앉았는데, 아이들 시원한 분수에 장구치고 사람들은 돗자리 깔고 앉아 배달음식을 펼쳐 떠들고 있었다. 렇게 행복하게 웃어본 적이 언젠지. 햄버거와 식어버린 감자튀김을 삼키며 동떨어진 나는 들 틈에 한참을 속으로 울었다.


미래엔 내가 좀 행복하려나.

언젠가 그때 나는 돈 좀 만지려나.

하고 싶은거 한다고 선택했으니,

망해서 빌빌거려도 내 탓이라는 손가락질 받으려나.

아무도 없는 새벽, 만개한 벚꽃 길 바라보며 되물었고.

멀리서 내 고민 듣고 깊이없는 친구 응원에 어떻게든 기대고 싶었으며, 몇 개월 만에 생겨난 휴일에 집으로 돌아가 술과 노래로 며칠을 꼬박샜다.


생리주기는 망가진지 오래고,

잠을 줄여 노트북 두들기는 시간을 견디다 못해 안구진탕으로 글자가 흔들리더니 눈 앞이 까맣게 꺼진 날도 있었다.

난 이렇게 하루하루 괴로운데 누군가는 놀 거 다 놀고 행복 누리며 글 쓰는 것만 같은 SNS를 보며 질투도 했다. 나는 천천히 죽어가는 중이었나 보다.


스스로 안식년이라 여기고 쉬는 법을 익히고 있다.

나이를 감투로 쓴 자에게 굳이 모든걸 귀담을 필요는 없다. 억지로 웃으며 모든 맞추려 했던 노력을 취소하고 권리란 무엇인가. 단단해지려 하고있다.

불합리하다해도 무조건 참거나 당장 불쾌감을 드러내지 말고, 최대한 잘해줘서 나쁠건 없다는 조언을 새기고 있다. 낯선 장소에 매번 백지가 되었던 순간을 다독이며 나를 잃지 않는 주문을 외고 있다.

그동안 주기적으로 먼저 안부를 묻던 행위를 단절하고

오로지 '나'는 누구인가 한참을 헤매는 시간을 가졌다.

전부는 모르지만 알아가는 방법을 알고나니,

그냥 지금을 살아가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미래에 의지하고 기대려 편지를 쓰지 않고

현재를 살며 미래가 나에게 기댈 수 있게 편지를 썼다.

손 틈 사이 흘러내린 모래 굳으면 도로가 되듯

안개같은 꿈도   다가 되리라 믿는다.

그렇게 조금만 나아가면 떨까?


오늘 마음 아주 무거운 고철이었다면

내일은 단단하지만 훨씬 더 가벼운 금속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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