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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 Jul 12. 2019

떠나요, 50만원으로 7박 8일 제주여행-5

어른

그대는 나의 어떤 모습을 기대했나요?

성산일출봉

적게는 20살, 많게는 29살.

물론 나는 나이 많은 쪽에 속했다.

99개의 정류장을 거쳐 오조해녀의 집에서 하차 후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했다.

19시부터 21시 30분까지 흑돼지 파티를 즐겼다.

무한리필(고기,생맥주) 20,000원

 

근처엔 편의점 뿐이라 2차는 편의점 야외 테라스에서 즐겼다. 특이한게, 편의점 내부에 화장실이 있다.

편의점 음식으로도 충분할 만큼 청춘은 활기찼다.  


게스트 하우스를 자주 묵는다는 남자 한 명이 말했다. 20대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은 줄곧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한다고. 그게 바로 자신이라고.

조금 더 경험했으니 익숙하니까.

경험.

우리는 한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

경험이라 해봤자 사실 별 것 없는데.

아주 사소할수도 있고, 작을 뿐인데 우리는 그걸 모아 통틀어 인생 선배라 일컫고 있다.

때론 살아온 지난날의 발자취가 과장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나는 그렇게 20대 후반에 다다라서야 어른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마치 고등학교 1학년이 대학생이 아닌  고3을 신뢰하듯 그들은 40살 나이먹은 아저씨 아줌마보다 20대 마지막인 어설픈 나를 더 믿고 공감한다.

나 또한 그들을 공감하기에.

그리고 이 시대의 2019버전 최신판이기에.


제주의 밤

숙소 뒤편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볼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대학 친구를 잃은지 이제 막 20일이 지나 무작정 혼자서 제주로 여행을 온 그녀였다.

풀벌레 소리와 함께 구름, 별이 섞인 밤하늘을 바라봤다. 우리는 오늘 처음 만난 사이였다.

그럼에도 서로에게 서로를 마음껏 털어놓았다.

그녀는 친구의 고향이 제주라는 것을 알고 묘라도 찾아가려 제주를 찾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정작 친구는 부산 어딘가에 소리소문 없이 흩뿌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외로이 방황하며 혼자 때론 절망하고 때론 소리없이 울었다.

내 앞에서 그녀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더이상 아무것도 할 게 없어서 '나 이제 뭐하지..' 라는 현타를 크게 맞은 상태라고 했다.

죽음. 죽음이란 어디에나 있으며 어디에나 없다.

나의 지난 날 경험을 떠올리며 위로를 전했다.

비록 친구를 찾으러 온 여행이지만 온 김에 자신을 찾아가라고. 이 순간마저 영원히 가져가라고.

몇 시간동안 진심을 다해 전한 말이 상대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지 모르겠다.

적어도 내가 조금 더 어른으로서,

..이른어른은 그런거다.

더이상 새로운 사람과 감정을 섞는게 힘들고 나 또한 상처받고 싶지 않기에 사람을 만나는게 지겹지만. 결국 곁에 다가 온 사람에겐 적어도 내 삶의 진정성 있는 경험을 필요에 의해 전해주는 것.

어른이라는 이유로 남을 쉽게 평가하며 비하하고 대접받으려는 것이 아닌, 적어도 진짜를 말해 주는 것. 그리고 그런 경험을 강요하지 않는 것.


#아... 씻고 돌아와서 안경 위에 앉고 말았다. 휘어져버린 안경. 오늘 썬글라스도 고장, 안경도 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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