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번 나는 서랍장 깊숙한 곳에서
검은색 브라와 팬티를 꺼내
준비가 되면 손님을 물에 담가
한번 불리면 등을 톡톡 치며
몸을 돌리라고 신호하지
열심히 구석구석 묵은 때를 벗겨
뽀드득 초록의 등을 문질러
특히 손님의 발에 신경 써야 해
어딜 그리 다니셨는지 흙투성이라니까
손님이 세신을 끝내니
정확히 38분 18초
내 입에서 자꾸 18초를 되뇌어
18초 18초 18초
손님에게 말해
제발 자주 오지 말아 달라고
오직 일 년에 한번
봄이 오기 전에 딱 한 번만
만나자고
손님은 팁이라며
빨간색 옷을 입고 내게 달려와
내 입안 가득 봄을 불어넣어 줘
나는 가만히 브라와 팬티를 벗어놔
다시 서랍 속으로
이제 다시 일 년 후에 만나
오직 일 년에 한번
봄이 오기 전에 딱 한 번만
나는 가만히 눈을 감아
입안 가득 봄을 씹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