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학 동창의 남편이 죽었다 밤새 안녕이라고 아침에 눈 떠보니 의식은 지평선 너머로 가버렸다고 한다 모르는 이의 장례식장을 혐오하는 냉정한 마음을 금고에 잠시 넣었다 나는 몇 년째 연락도 통 하지 않던 그녀에게로 발을 굴렸다 두피 염증으로 허연 가루가 날리는 나는 검은 옷을 기피한다 꿉꿉한 옷장에 고개를 처박고 가장 어두운 날개를 찾았다 기름이 번들거리고 잔머리가 휘몰아치는 그녀의 낯에 대고 무슨 말을 지껄였던가 그저 성큼 걸어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을 당겨 어깨를 안아주었다 그녀의 남편은 아침에 눈을 뜨지 않았다고 한다 중환자실에서 심정지를 네 번이나 겪은 그는, 모든 구멍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아났다고 한다 온몸이 퉁퉁 부어서 그의 얼굴이 아니었다고 한다 TV 속의 생명 연장술은 얼마나 신선하고 위선적이던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내 입은 얼마나 쓸모없고 소모적이던가 그 입으로 오늘 식탁에 앉아 혼자 수런거렸다 점심을 먹고 소파에 누운 그이가 잔다 책을 한 줄 읽다가 아이가 똥을 싸고 화장실에 들어가 물을 똥구멍에 척척 묻히며 날렵하게 손으로 문댔다 똥 기저귀를 저 얼굴에 문대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잠재우고 다시 아이의 시중을 들었다 하나를 해주면 열을 해달라는 욕망 꾸러기 시를 한 줄 적다가 아이가 바닥에 색연필로 써놓은 낙서를 벅벅 지웠다 그의 얼굴에 뭔가를 박박 휘갈기고 싶었다 몇 시간이 지나자 그이가 죽은 게 아닐까 심장이 술렁거렸다 그의 콧구멍에 귀를 대며 뜨거운 습기를 확인하곤 평평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의 분노는 얼마나 하릴없던가 끓어오르는 신경질은 살아있음을 이기지 못한다 오늘의 뿔따구를 평면의 식탁과 낮은 젖가슴에 널어놓는다 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