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개그맨

by 주부맥가이버

개그맨이 꿈이었습니다

거대한 자루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한도 담고

바로 밑에 공부하는 동생의 소망도 담고

세상 물정 모르는 개그맨의 경제적 실패도 담고

바로 어제 숨을 거둔 친구의 넋도 담고

모처럼 인정받아 기운찬 열의도 담고

몇 년 전 이혼한 친구의 쓸쓸함도 담고

아비 없이 자라날 아이의 씩씩함도 담고

응급실을 전전하다 죽은 영혼의 응어리도 담고

세월호와 함께 바닷물이 된 사람도 담고

시집 한 권 팔아 오백 원 남는 시인의 애환도 담고

연신 몸을 치대며 피워낸 봄꽃의 흔들림도 담고

아이스크림 하나에 만개하는 조카의 웃음꽃도 담고

며칠 잠 못 들게 했던 모든 처음의 설렘도 담아

무조건 웃겼습니다

인중에 바른 허연 콧물이

출렁거리는 살들이

머리에 뒤집어쓴 가발이

온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의상이

얼굴에 두텁게 내려앉은 분가루가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그 울음소리가 더 크면 클수록

무조건 웃겼습니다

무조건 울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개그맨이 꿈이었습니다




Screenshot 2023-10-06 at 15.04.49.JPG 모 이웃님께서 탁구선수 유남규와 닮았다고 하셔서..... 개그맨이 꿈이었습니다....... 똑 닮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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