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해녀촌에 갔다 초록색 동그란 천막 지붕이 구불구불 하늘로 솟아 순이네 옥이네 하면서 노랑 빨강의 호리호리한 플라스틱 간판이 머리춤에서 헤엄을 쳤다 기골이 장대한 해녀의 어깻죽지에는 몇 번의 파도가 담겼을까 칠십에 가까운 목숨줄을 바닷속 용왕님이 보우하사 몇 번의 생사를 오갔을까 떡 벌어진 상체와 다르게 해녀의 입은 회 쳐놓은 개불처럼 쪼글쪼글하고 오목조목 작았는데 아마도 바닷물에 김장 배추처럼 천 번 만 번 절여졌기 때문이리라 순이 해녀의 엉치는 일손을 돕는 남편의 허리춤보다는 한참 위였는데 바다가 염장을 하며 해녀의 키를 조석으로 신나게 키웠음이리라 질끈 동여맨 검은 수풀 위로 조잡한 자줏빛 나무빛 밥풀때기 같은 꽃들은 좋다고 춤을 추는데 해녀의 구레나룻과 몇 가닥의 잔머리는 바닷물에 쓰라려 울어버렸다 메뉴판을 보고 비싸네 중얼거렸던 나의 조동이는 해녀의 개불 같은 입 앞에서 갈 곳을 잃었는데 검붉은 다라이 앞에 쪼그려 앉은 해녀의 무릎은 지칠 줄 모르고 날렵한 칼날에 해녀의 배다른 자식들은 하나 둘 처형을 당했다 그들을 씹어 먹으며 기장 해녀촌에서 나는 입으로, 해녀의 구레나룻과 몇 가닥의 잔머리처럼 쓰라려 울어버렸는데 맛이 더없이 좋고 쓰라려 울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