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외벌이 2인 가구, 한 달에 얼마나 써요?
2021년, 나의 퇴사로 우리 가정은 외벌이가 되었다.
아쉬움과 허탈함 등 밀려오는 퇴사 감정을 달래기도 전 엑셀부터 열었다. 현실적인 상황을 먼저 정리해 놓아야 감상에 빠질 여유도 생기는 사람이라...
계속 가계부를 적어 와 우리 부부의 한 달 생활비를 알고 있었으나, 외벌이가 된 만큼 비용을 더 줄여야 했다.
2인 가족 월 생활비 (단위 : 천 원)줄일 수 있는 변동비를 최대한 아껴봐도 (내 기준엔) 과했다. 특이점은 우리는 둘 다 커피나 술을 마시지 않고, 먹는 양도 적은 편인데 식비가 100만 원 가까이 나온다는 것이다. 남편 업무 특성상 유류비가 많이 나왔고, 나의 건강상 이유로 의료비가 많이 들었다.
무엇을 어떻게 더 줄여야 할까?
퇴사는 아침 7시를 알리는 알람에 “5분만 더”를 부르짖지 않고 눈뜨고 싶을 때 일어나는 여유를 허락했다. 오전 8시와 오후 7시, 지하철의 작은 요동에도 크게 움직이는 무리에 끼어 영혼 없이 흔들릴 필요도 없었다. 무엇보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억지로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대신 생활 습관들을 바꿔야 했다. 몸이 피곤하거나 약속 시간이 촉박할 때 습관처럼 이용하던 택시는 이젠 안녕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찾던 쇼핑몰은 아이쇼핑으로 아쉬움을 달랬고, 에스테틱 피부 마사지, 두피관리 등은 좋았던 시절의 추억으로 넣어두어야 했다.
다 가질 수는 없는 거다.
생활비 절감을 위해 습관을 바꾸는 과정에서 처음에는 삶이 후퇴하는 느낌에 마음이 힘들어지기도 했으나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 2번의 해를 넘기니 나름 요령도 생겼다.
2023년 우리 부부는 월평균 총 314만 원을 지출했다. 고정비 122만 원에 변동 생활비가 192만 원이다.
물가 인상률이 높았던 시기였지만 2년 전 예산보다 오히려 줄었다. 남편이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유류비가 2020년 30만 원에서 2023년 50만 원으로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생활비를 꽤 절약한 셈이다.
나는 우선 변액연금보험을 해지하여 대출금 일부를 갚기로 했다. 금리가 무섭게 오르던 시기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로써 매달 나가던 보험금을 아꼈고, 대출 원리금 총액은 2020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가장 컸던 식비를 아끼기 위해 문화센터에서 집밥 만들기 수업을 수강했다. 외식을 줄이고 내 손으로 만드니, 식비는 줄고 음식의 질은 나아졌다. 여전히 요리에 크게 흥미는 없으나 간단한 상차림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요알못도 3년이면 집밥을 한다!
중고 거래를 활용하여 물건을 사고팔며 쇼핑비를 줄였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기 전에 중고 거래 앱부터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정기적으로 집을 정리하며 안 쓰는 물건은 중고로 팔아 용돈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3년간 택시 이용은 10번 미만이다. 약속에 늦어 동동거리며 택시를 타던 버릇을 고쳐 시간상 여유를 가지고 준비하고 넉넉하게 출발하였다. 몸이 피곤할 정도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택시를 탈 일도 그만큼 없었다.
언젠가 대출금을 다 갚으면, 현재 화폐 기준 총 생활비 250만 원 이하로 살 수 있을 거다. 위를 줄이면 적은 음식물로도 가볍게 살 수 있듯이 소비 습관도 비슷한 이치다. 대식가가 보기에는 걱정스러울 정도로 덜 먹는 소식가도 건강하게 살듯, 과거의 내가 보기에는 불행할 것 같은 현재의 소비액도 삶을 살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과거보다 더 재미있고 풍부하다. (제 기준입니다. 사람마다 생활비의 많고 적음은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옆구리 군살은 제거하지 못해 야단이면서 과한 소비는 자랑으로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인이 가는 명소(일명 핫플) 나도 가고 싶고, 먹방 유튜버가 먹는 음식 나도 먹고 싶고, 뷰티 인플루언서가 소개하는 화장품 나도 바르면 광나는 피부를 가질까 싶어 어느새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고 있다. 남 따라 살지 않으면 잘 못 살고 있는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쓸데없는 소비를 부추긴다.
SNS 광고를 보고 따라 샀다가 나와 안 맞아 남편에게 쓱 밀어준 샴푸, 컨디셔너 세트를 보며 “도대체 몇 번째냐?” 새해에는 같은 실수를 덜 하자고 다짐한다.
‘미혹되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불혹이라던데, 나잇값 하기는 힘든 건가 보다.
나는 나답게 살면 그게 가장 잘 사는 거다.
소박하고 단순하되 궁상맞지 않고 재미나게 사는 것!
2024년 우리의 삶이 더욱 우리답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