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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16. 2024

4월, 40대 부부 제주 한달살이 후기 및 비용

4월엔 얼마나 쓴겨?

 한달살이 두 번째 달을 제주의 동쪽, 성산읍에서 정확히 30일간 지냈다. 제주에서 보낸 4월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한다.     


☆ 제주 한달살기 두 번째 달 후기     

- 기간 : 24.4.2~5.1

- 장소 :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온평리

- 만족도 ★★★


1. 좋았던 점 

 맛집이 많았다. 기대 없이 들어간 모든 식당이 다 맛있어서 놀라곤 했다. 동네가 조용하고 한적하여 힐링 여행지로 추천한다.

      

2. 아쉬웠던 점

 마트, 병원과 약국, 도서관, 운동시설 등 편의 시설이 집에서 차로 15분 거리라 한 달을 살기에는 위치가 불편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오전에 운동하고, 일주일에 한 번 마사지를 받고, 종종 도서관을 가는 나의 일상 루틴이 깨져서 아쉬웠다. 물론 운동은, 바닷가 길을 따라 조깅할 수도 있지만 실내에서 하는 필라테스나 요가에 익숙하다는 이유 그것을 거부한 내 탓이 크긴 하다.


3. 추천 맛집 3

제주 동쪽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들 (brunch.co.kr) 


4. 추천 장소


- 비 오던 날의 사려니숲길

 이곳은 내가 제주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다. 4월 말,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사려니숲을 찾았다. 비옷을 입고 토독토독 떨어지는 빗방울을 온몸으로 느끼며 고요한 숲길을 걸었다. 죽죽 뻗은 삼나무 사이로 물안개가 퍼진 풍경이 몽환적이고 신비로워 나도 모르게 숨죽이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었다. 비 오던 날 숲 냄새와 삼나무 특유의 우아한 차분함을 잊지 못할 것이다.


- 두 번 가도 좋았던 섭지코지

 숙소에서 가까워 두 번이나 다녀왔다. 섭지코지는 10수 년 전에도 와 본 적이 있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는 소감 말고는 남는 게 없던 곳이었다. 이번에는 날씨 좋은 날 재차 방문하면서 “좋다, 너무 좋다.” 감탄이 연신 나왔다. 걷기 좋고, 섭지코지에서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은 멋있고, 단돈 5,000원에 말 타는 체험도 가능하다.

(For ladies) 주의 사항은, 10수 년 전의 나처럼 치마를 입고 갔다간 펄럭이는 치마 잡느라 정신을 못 차릴 수 있으니 반드시 바지를 입고 가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 용눈이 오름

 제주에 오기 전, ‘제주에서 하고 싶은 것’ 리스트에 오름 오르기를 넣었다. 4월에 지인들에게 추천받은 용눈이 오름에 다녀왔다. 난이도 ‘하’라고 하더니 유치원생들도 엄마 아빠 손 잡고 잘 올랐다. 멀리서 봤을 땐 민둥산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억새(혹은 풀)라 오르는 길도 운치를 더해줬다. 오름 정상에 올라 스트레칭을 하며 ‘오운완(오늘의 운동 완료)’을 외치고 내려왔다. 체력 수준 저조한 내게도 무리되지 않으며 기분 좋게 운동되는 코스였다.          


5. 4월 제주 한달살기 비용


2인 총비용 : 4,365,000원

- 고정비 : 412,000원(보험료 등)

- 주거비 : 1,845,000원(29박 30일, 공과금 16만 원 포함)

- 변동비 : 2,108,000원(식비, 쇼핑, 교육비, 통신교통비 등등 total)


 400만 원인 예산을 약 35만 원 초과했다. 변동비와 고정비는 예산 250만 원에 맞추었으나 주거비가 예산 (150만 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식비로 약 120만 원이 나왔는데, 맛집이 많았던 성산읍이었지만 지난달 대비 10만 원이 줄어든 금액이다. 제주도 지역화폐 ‘탐나는 전카드를 만들어(온라인 신청 혹은 제주은행에서 바로 만들 수 있어요) 식당이나 마트에서 결제 시 3~5% 적립받고, 그 적립금을 다음번 계산에서 사용한 것으로 비용을 절감한 것 같다.      


6. 두 번째 달의 깨달음     


 제주 한달살이 3달째에 접어들며 우리 부부의 생활비에 감이 생겼다. 지금처럼 1일 2끼 집밥, 1끼 외식. 술은 거의 안 마시고 가끔 커피숍 가는 패턴을 유지하면 대략 예산에 맞게 쓴다.

 문제는 주거비이다. 소비의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하며, 변동도 제일 큰 항목이라 어디서 사느냐에 대한 욕심을 줄이면 훨씬 저렴하게 여행이 가능할 것 같다. 세 군데에서 지내보며 주거비와 숙소 만족도가 정비례가 아닌 것을 알았으니, 하반기에는 조금 더 현명하게 숙소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한달살이 동네, 제주의 북쪽으로 온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북쪽의 해안가는 내가 ‘제주도’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모습과 가장 비슷한 풍경을 가진 곳이다. 차로 5분 이내 거리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밀집되어 있어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

 이곳에 온 첫날, 남편이 식당에서 창밖을 보며 “나 왜 이 풍경에 마음이 편해지지?” 환한 얼굴로 말하였다. 뒤를 돌아보니 가게가 밀집된 흔한 상권 거리뷰였다. 우리가 아는 프랜차이즈 분식집이 있고, 약국, 편의점, 식당이 즐비한 아름답지는 않지만 익숙한 풍경.


 일부러 돈을 들여 멀리 왔는데, 서울에서 보던 것에 반가움과 편안함을 느낀다.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으로 제주에서의 마지막 달을 지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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