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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슬기 Aug 24. 2018

무인양품은 왜 사람들을 모으는가

무인양품만의 방식 open MUJI 이야기



사람들을 연결하는 open MUJI


무인양품은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가치를 두고 기분 좋은 생활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1980년도에 일본에서 설립하여 '철저한 생산과정 간소화', '소재의 선택', '포장의 간략화'를 중요한 가치로 두고 합리적이고 이유 있는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들어오면서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왔고, 2018년 2월, 4층 규모의 신촌점이 들어오면서 한국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없던 found muji와 muji books , muji cafe의 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방면으로 무인양품의 가치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시작된 것이 open MUJI입니다.


open MUJI 란, 무인양품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의 형식으로 크리에이터, 창작자, 사업가, 디자이너들과 관심 있는 대중들이 만날 수 있는 행사입니다. 이때 무인양품은 연결자로서 행사를 기획하고, 공간을 제공하며, 필요한 제품들을 무한히 제공합니다. 참가비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1만 원 내외로 책정되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open MUJI는 주로 신촌점이 있는 건물 5층의 커뮤니티 공간에서 이뤄집니다. open MUJI 가 신촌점에서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3번 정도 참여하면서 '무인양품이 왜 open MUJI'를 진행하는지' 고민하고  '무인양품이 사람들을 왜 모으고, 어떻게 모으는지'에 대해 관찰했습니다. 그 경험을 이곳에 기록하려고 합니다.




달디단 별사탕이 굴러다니는 '나만의 오렌지 주스'


제가 참여한 첫 번째 open MUJI는 <나만의 오렌지 주스>라는 주제로 '핑거프린트와 함께하는 워크숍이었습니다.


핑거프린트는 "당신의 삶에는 당신만의 지문이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사물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의 삶과 경험을 마주 할 수 있는 매거진을 만드는 곳입니다. 이에 처음 인사를 제외하고는 핑거프린트에서 온 에디터와 제작자 분들이 워크숍을 진행해주셨습니다. 이들은 같은 오렌지 주스를 먹더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고,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말하며, 우리도 직접 오렌지 주스를 마시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표현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이에 기본적으로 표현, 리액션이라는 기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간단한 스킬을 배웠습니다. 표현의 중요한 부분은 은유와 직유를 사용하여 시각, 후각, 촉각 등으로 감각을 전환하여 표현하는 것이라 말씀했습니다.



그 이후 우리는 앉은자리에서 모인 사람들과 브랜드가 다른 3가지의 오렌지 주스를 마셔보았습니다. 마시면서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적어보고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이 경험은 인생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이라 어색했지만, 새로운 것이라 신선하고 즐거웠습니다. '주스를 이렇게도 경험할 수 있구나', '표현을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서점의 정의를 묻는다


제가 참여한 두 번째 open MUJI는 <진열하지 않고 처방하는 서점, 서점의 정의를 묻는다> 대담회로 브로드컬리 조퇴계님의 진행과 사적인서점 정지혜님의 참여로 이뤄졌습니다.


평소에 애정 하며 지켜보던 사적인서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서점에 대한 깊은 논의를 할 수 있을 거 같아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진행해주신 '브로드컬리'의 경우 서울의 3년 이하의 빵집들, 서점들에 대한 책을 만든 곳입니다. '사적인서점'이란 한 사람을 위한 예약제 서점으로 서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 브로드컬리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었고, 사적인서점 정지혜 님이 해오신 프로젝트와 지금까지 느낀 소회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은 인기가 있는 사적인서점이지만, 책을 판매하는 것으로는 절대 유지할 수 없고, 책처방 프로그램으로 3만 원을 책정하고 받고 있지만 이것도 임대료 정도 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칼럼을 쓴다던지, 서점을 컨설팅해준다던지, 기업에 책 목록을 선택해주는 등의 여러 부수적인 사업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책을 처방해준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정지혜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길래 책을 처방해줄 수 있나, 모든 책을 다 읽어보느냐, 책을 정말 그렇게 잘 아느냐고 물어본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정지혜님은 "독서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다."라고 말씀하시면 자신의 소신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 대담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내가 경험하지 않았던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로운 폰트의 세계


세 번째로 참여한 open MUJI는 <무인양품만의 한글 글꼴 만들기> 워크숍으로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한글꼴 연구회에서 진행해주셨습니다.


브랜딩에 관심을 가지고, 마케터로 일하면서 디자인에 대해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에 로고의 중요성을 느끼면서 폰트, 글꼴에 대해 잘 알고 싶었습니다. 그런 동기로 참여한 행사를 홍익대 학회에서 진행하여 많이 어렵지 않으면서, 직접 체험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세벌식에 대해 알게 되었고, 조합형과 완성형의 차이를 익혔습니다.



그리고 무인양품의 종이백, 포장지 등을 활용해 각자 자기 마음대로 글자는 만들어보았습니다. 저는 ㄱ 과 , 를 선택하여 이를 직접 만들어보았습니다. 각자가 제작한 글자는 한글꼴 연구회 구성원들이 직접 스캔을 해주고, 폰트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다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든 폰트로 명함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글씨의 한자, 한자를 자세히 보게 되었고, 새로운 세계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진행이 많이 늘어져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3번의 open MUJI를 참여하면서 무인양품이 왜 사람들을 모으는지, 왜 open MUJI를 진행하는지 고민했습니다. 이 고민에 대한 저만의 의견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습니다.


첫 번째, open MUJI의 역할은 '연결'입니다.


무인양품 신촌점은 open MUJI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신촌은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모이는 곳입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차 없는 거리"가 됩니다. 그 거리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리고 주말이 되면 "차 없는 거리"가 됩니다. 그 거리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연결하자."라는 생각으로 무인양품 open MUJI를 만들었습니다. 무인양품을 중심으로 지역과 사람이 연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무인양품은 '신촌'이라는 지역성을 고려하여 open MUJI를 기획하고 '연결'을 핵심가치로 가져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고 연결되는 곳은 좋은 장소가 되고, 그 좋은 장소에는 생활과 사람의 삶이 있다고 말합니다. 기분 좋은 생활을 위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무인양품만의 인문학적인 감성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저는 open MUJI를 참여하면서 낯선 사람과 웃으며 대화했고, 궁금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연결된 좋은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open MUJI를 통해 새로운 세계와 연결되었습니다. 무인양품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깊게 고민한 결과로 만들어진 open MUJI 덕분에 바람대로 많은 연결이 이뤄졌습니다.




두 번째, open MUJI를 통해 무인양품의 가치를 느끼도록 합니다.


open MUJI를 구성하는 진행자, 기획을 살펴보면 무인양품의 가치가 녹아져 있습니다. <핑거프린트>를 통해 사물의 소중함과 일상의 색다른 즐거움을 말하고 있습니다. 핑거프린트의 매거진 역시 MUJI BOOKS 에 비치되어있습니다. 새로운 서점에 대한 이야기도 어쩌면 MUJI BOOKS에 대한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참여하지 않았지만, 기획된 스케줄을 보면, '필름 사진으로 떠나는 겨울, 홋카이도', '영화 <어느 가족>'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무인양품의 고향인 일본, 일본다움, 일본의 문화를 널리 알리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리넨 소품에 프랑스 자수 놓기'의 프로그램을 통해 무인양품의 리넨을 알리고 무지에서 진행하는 자수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함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을 모으고, 함께 체험하는 만큼 그 가치를 체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 open MUJI를 통해 무인양품은 자신만의 브랜드 가치를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무인양품다운 방식이라 생각이 듭니다.




세 번째, open MUJI를 통해 잠재고객을 넓히고 핵심 고객을 만듭니다.


open MUJI 행사에는 거의 대부분 무인양품의 음료가 비치되어있습니다. 물론 참여자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행사에 필요한 펜과 명함 케이스 등도 미리 나눠주고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게 해줍니다. 1만 원이라는 참가비에 공간도 제공하고 기획도 하는데 빠듯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행사에 맞는 무인양품의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예상치 못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제품을 사용하게 하여 무인양품의 제품력과 기분 좋은 사용감을 경험하게 해줍니다.


또한 해당 크리에이터를 좋아한 사람을 무인양품으로 부르고 각인시킵니다. 이는 잠재고객과의 접점을 만들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인식시켜줍니다. 그 속에서 사람마다 무인양품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게 합니다. '나는 이 매거진을 좋아해서 왔는데, 무인양품에서 공간을 제공해주더라.',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는 무인양품에서 진행해주고 필요한 물품도 섬세하게 챙겨주더라.' 등의 살아있는 이야기는 널리 퍼질 것이다. 측정되지 않지만, 무서운 것이 바로 입소문이니 말입니다.


나와 같은 핵심 고객에게는 open MUJI는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행사를 하지 않아도 무지를 너무나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할 만한 행사를 열어주니 더 자주 무인양품을 가게 되고, 더 많은 제품을 사게 됩니다. 무인양품을 갈 때마다 점점 줄어드는 통장 잔고는 무섭지만, 무인양품으로 꾸며진 내 방, 나의 생활에 매번 감동합니다.


이에 open MUJI는 무인양품의 잠재고객을 넓히고 핵심 고객을 만듭니다. 무지를 몰랐던 사람이 무지를 찾아오게 하고, 무지 제품을 안 써본 사람에게 사용하도록 하게 하고, 무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무지를 사랑하게 만듭니다.







무인양품을 알고 싶다면, 무인양품의 가치가 궁금하다면 open MUJI 한번 가보세요. 당신과 무인양품이 어울리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가고 싶은 행사가 기획되어 있을 겁니다. 그곳에서 우리가 어쩌면 연결될 수도 있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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